시의회 예결위 관련 예산 신설·증액···"월권행위"vs"고교무상급식 불씨살렸다"

인천시 교육청

내년 인천 고교무상급식 추진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고교무상급식을 제기한 인천시가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의회 예결위가 고교무상급식 예산을 신설·증액해 '내년 지방선거용 표퓰리즘', '무상급식 불씨 살렸다'등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난 8일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위해 인천시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213억원을 신설·증액했다. 이는 전체 필요한 예산의 30%에 해당한다. 나머지 50%는 인천시교육청이, 20%는 군·구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교육청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박융수 교육감 권한대행은 11일 직원회의를 통해 2018년 고교무상급식 예산 편성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시청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박 권한대행은 “시의회와 시청만 합의하여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절차를 지적하며 “고교무상급식 소요액 730억원 중 30%에 해당하는 213억 원을 시 예산에 먼저 편성한 것은 나머지 70%는 모두 교육청과 군 ·구가 부담하라는 의미다. 다른 교육 예산을 무리하게 희생하면서 추진하는 고교무상급식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교무상급식을 먼저 제안한 유정복 시장이 여전히 추진 의지가 있다면, 이례적으로 시의회가 예산 편성까지 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넘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시민들 앞에 나서 토론에 응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박 권한대행은 유정복 시장이 9월 26일 발표한 ‘고교무상급식’에 대해 교육청은 재정규모상 20%인 146억원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권한대행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무상급식을 최초 제안한 시가 30%를 부담하면서 급식에 생색을 내는 것은 민망하다”고 지적하고 시민들이 나서 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민사회단체(참여예산센터,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인천평화복지연대)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표플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서를 11일 내놨다.

이들 단체는 “고교무상급식은 단년도 사업이 아니므로 당연히 중기지방계획에 반영하고 투자심사부터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법적 절차를 위반하고 있는 점”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원 마련 및 재원 분담 비율 등 시와 교육청, 자치구, 군에서 먼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함에도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결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인천시 재정위기가 극복되는 시점이라지만 타 기관과 협의되지 않은 중요한 정책을 시의회가 나서서 권한을 남용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무상급식 예산이 의결되면 교육청은 내년부터 중학교 무상급식 351억 원, 고등학교 무상급식 365억 원이 소요된다. 매년 716억 원에 달해 그 금액만큼 다른 교육 예산을 줄이거나 희생해야 한다.

이에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시의회 예결위는 권한을 남용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응당 관련 단체 간 사전협의가 전제되고 중기재정계획을 반영한 재원대책 마련 및 투자심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무상급식에 찬성하지만 이런 식의 내년 선거를 의식한 표퓰리즘식 정책에는 반대한다”며 “합의기구를 만들어 세입증가 추이와 고정비용 증가추이 등을 종합 평가해 가용예산 우선순위에 고교무상급식정책을 반영해 재정 부담으로 인해 계획된 사업을 미루거나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학교급식모임  고교무상급식 추진 기자회견.

그러나 시의회 예결위의 고교무상급식 예산 신설·증액 편성을 찬성하는 학교급식시민모임은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와 교육청이 근본 취지는 동의한다면서 예산 배분 문제로 핑퐁만 하다가 결과적으로 아무런 예산을 세우지 않고 시의회로 공을 넘긴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다”며 “비록 집행부서에서 예산을 세우지 못하고 시의회에서 예산 증액 형태로 고교무상급식의 불씨를 살린 것은 불가피한 노력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1일부터 12일까지 교육청 예산 관련 예결산위원회와 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교육청은 이제라도 아이들 밥을 해결하는 주 담당 기관으로서 성실한 모습으로 임할 것”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고교무상급식을 제기한 당사자로서 시의회에만 처분을 맡겨 두지 말고 즉각 교육청을 설득할 것”을 촉구했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기본적으로 고교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내용과 절차상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하고, 특히 합의되지 않은 재원부담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환경개선이나 안전 및 건강과 직결되는 예산이 희생될까 우려 된다”며 “시 집행부와 의회가 교육현장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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