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 "채용과정부터 유리천장 깨부숴야”

▲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

“‘결남출’이란 신조어를 아시나요? 면접을 보는 여성구직자에게 ‘결혼, 남자친구, 출산’에 대해 묻는 면접관의 질문을 줄인 말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과정부터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입니다. 올해는 채용·임금·근무여건·고용형태 등 노동시장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및 일터 성폭력·성희롱을 근절하는데 더욱 주력할 계획입니다.”

박명숙(52)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이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을 맞아 열린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및 성별임금격차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강조한 말이다.

인천여성노동자회는 1983년부터 경인지역 민주노조출신 여성노동자들과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지도자들이 모여 함께 방안을 모색하고 고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운영위원과 실행위원을 구성해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1988년 1월 17일 도화동에 '일하는 여성나눔의 집'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선전활동 및 기혼여성 취업을 위한 기술훈련지도와 탁아소 운영 등이 이뤄졌으며 마침내 1989년 2월 25일 ‘인천여성노동자회’가 창립됐다.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여성노동자 권익을 위한 인천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여성노동자들 52.4%가 비정규직이며 이중 최저임금 미달자가 40%이다. 또 정부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배제된 시간제 일자리 78.2%가 여성이다”며 “이러한 여성의 비정규직화 및 저임금, 임금․배치․승진에서의 유리천정 등 성차별적 문제는 여성노동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미투운동에 대해서는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희롱 경험이 78.5%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적법한 조사와 징계보다는 2차·3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며 “성희롱·성폭력이 성범죄임을 인식하고 솜방망이 처벌 등을 근절하는 등 특히 직장 내 권력구조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조직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회장은 충북 영동 출신으로 91년 산업선교회 인천지부 간사로 입사하면서 인천과 인연이 닿았다. 이후 98년 여성실업대책본부에서 일했으며, 2000년 8월부터는 부평 자활센터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16년 11개월 동안 몸을 사리지 않고 인천여성노동자 권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시작한 ‘가정관리사’ 사회적협동조합 법인은 우리가 흔히 ‘가사도우미’로 알고 있는 중장년층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최초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활센터 대표적인 성과로 꼽고 있다.

박 회장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다”며 “조직화할 수 있게 조금만 지원을 해주어도 여성노동자 스스로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도리어 힘을 보태줄 때는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한편 민주노총 인천본부ㆍ인천여성노동자회ㆍ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는 7일 구월동 신세계 사거리에서 ▲공공부분 비정규직 차별없는 정규직화 실시할 것 ▲채용부터 배치․승진 성차별 하지 말 것 ▲정부부터 사회서비스사업 최저임금 준수할 것 ▲일터 성희롱․성폭력 강력조치 마련할 것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7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신세계사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회장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실태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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