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오독

 

늘 푸르고 넉넉한 산이어서

늘 평안한 줄 알았는데

헐렁한 사내의 낯선 방문에도

꿩은 축포를 쏘고

소나무는 송홧가루를 뿌리고

청설모는 숲을 헤치며 길잡이를 나섰다

백수는 누렸을 너도밤나무 발치로 흐르는

개울은 여울목을 내 주고

산까치 솔새 도라지 산국......

환영연을 베푸는

산,

이토록 기골이 장대한 산도

외로움엔 초연할 수 없었던가.

 

2017년 리토피아로 등단

산은 인간이나 미물들에게 주는 것이 많다. 봄이면 뿌리마다 싹을 틔워 미물들의 먹이와 집이 되어 주고, 여름이면 능선마다 길을 내어 사람들을 부른다. 가을이면 소리없이 키운 열매를 떨어뜨려 생명 가진 것들의 배를 풍족하게 한다. 곧 동면(冬眠)에 드는 어미들의 곳간을 채운다. 겨울이면 때를 알아 묵언수행에 든다. 된바람이 몰아쳐도, 폭설이 퍼부어도 침묵한다. 사철 고마운 산의 등을 밟고 오른다. 넉넉하게 주기만 하여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줄 알았다. 헐렁한 발자국소리도 반가운지 꿩을 불러 축포를 쏘고, 소나무를 깨워 송홧가루를 뿌린다. 인간이 갖은 쓰레기와 부주의로 산불을 내고 산을 몸살 나게 하는 불청객임에도 어서 오라고 여울목을 내어준다. 시인은 기골이 장대한 산도 외롭다고 한다. 이 봄엔, 인간이 산에게 함부로 대한 오물을 걷어내며 환영연을 베풀어주면 어떨까? 시인의 말에 귀 기울인다./정미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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