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 31일 오전 연수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 현 도시개발 정책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이연수 기자

[인천뉴스=이연수기자] “얼마 전에 공원을 산책하는데 농약을 살포해 나무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벌레를 봤어요. 지나가는 아이가 대뜸 밟더군요. 같이 걷던 엄마가 ‘더럽다!’며 아이를 낚아채 듯 데리고 앞서 갔어요. ‘불쌍하다’도 아니고 ‘더럽다’라는 표현으로 상황이 정리돼 기억된 저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과연 ‘생태’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몹시 착잡했어요.”

박병상(62)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 지속가능한 행복 및 인천의 도시환경 등 대한 고찰을 이야기하며 곁들인 일화이다.

그는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붙인 오해로 ‘해충’이라고 불리고 있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가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가 없다”며 “자연의 눈으로 바라보면 생태계의 모든 것들은 다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존재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31일 도시·생태환경 관련 강의 및 저서활동 그리고 도시생태환경 관련 정책 준비 등으로 바쁜 그를 연수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박 소장은 “최근 어린 시절 풍부한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생물학 지식의 모태가 되었던 곳, 주안에 다녀왔다”며 자연이 있던 어린 시절의 삶과 고층 아파트에서의 현재의 삶을 병렬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도시에 자연을 도입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피력했다.

그는 “아파트 생활은 편리하고 안락하지만 결정적으로 석유와 전기라는 에너지 지원이 없다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짚으며 “우리는 최소한 지금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다른 생명체의 이익을 박탈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시마다 어느 순간 다세대주택이 빼곡해지더니 이제는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그 자리에 다시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다”며 “아파트 뿐 아니라 주변 놀이터 및 공원까지고 건설자본의 이익이 최적화된 획일적인 공간에서 자라날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도시계획은 지양해야 한다”는 말로 도시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현 도시개발 정책에 대한 깊은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초고층 아파트 단지는 마을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수용소 단지에 가깝다”며 “집에 대한 불안심리를 조장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긴 건설자본들은 이제는 시민에게 이웃을 돌려주고 공동체가 살아나는 새로운 주택 모델을 연구해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또한 “300만 인구를 자랑하는 인천시는 현재 지속가능한 발전보다는 지속가능한 행복이 더욱 절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은 신공항 및 항만, 경제자유구역도시 등과 같은 경제성장과는 그 결을 달리해야 모색이 가능하다”고 특히 강조했다.

박 소장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원예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생물반’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자연에 대한 친화력이 남달랐다. 지금까지 생태관련 연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망설이다가 ‘행복한 삶’이란 어떤 삶이어야 하는 지 물었다. 인간의 행복 또는 도시민의 행복에 대한 그의 성찰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가 담담하게 그러나 막힘없이 말했다. 그는 “선물을 주는 삶이다”며 “일과 외로움에 지쳐 어깨가 한없이 처져 걷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방긋 웃어 주는 것, 그런 선물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말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뭘까, 생각해 볼 것을 권유했다.

이어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속도와 높이 또는 경쟁을 추구하는 삶을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선물을 주는 삶이라고 볼 수 있다”며 “꼭 에너지를 안 써서, 대기오염을 줄여서가 아니라 인식을 전환해 다양한 방식의 선물을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고 전하며 밝게 웃었다.

한편 1957년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난 박 소장은 인하대학교 생물학 1호 박사로서 인천의 대표적인 생태인문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원인재 역 인근 공원에서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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