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총회 개최

가천대길병원에 새 노조가 20여년만에 설립됐다.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20일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에서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공식 출범했다.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은 지난 4월 말부터 <길병원 직원모임>이라는 오픈 카카오톡을 만들어 자신이 겪은 갑질의 아픔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물론 병원에 설립된 기존 노조에도 이를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기존 노조도 마찬가지였다. 조합원이 600여 명에 이르는 기존 노조는 제기되고 있는 각종 갑질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오픈 카카오톡 <길병원 직원모임>에서는 이를 성토하고 때 마침 다가오는 위원장 선거는 직선으로 진행해 직원의 아픔에 함께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없었다. 

기존노조는 20일 단 8명의 대의원이 간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했다. 직원들은 병원의 무응답과 기존 노조의 행태에 다시 절망하고 분노했다. 그 절망과 분노는 곧 민주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기존 노조 위원장 간선이 진행된 20일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은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인천시 부평구 소재)에 모여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총회를 진행하고 초대 지부장으로 강수진(간호 47), 수석부지부장으로 안병훈(원무, 만36), 사무장으로 정영민(시설  36) 조합원을 선출했다. 

설립총회에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부천지역본부장,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과 다수의 보건의료노조 및 민주노총 간부들이 함께했다.

노조 설럽을 계기로 가천대길병원의 갑질과 부패, 그리고 열악한 노동 현실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은 회장 생일에 맞추어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사택(私宅)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동원된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전체 직원을 역량강화교육을 한다며 회장 기념관 견학까지 강제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회장 집무실과 별도로 VVIP 병실을 전용 사용하며 물리치료, 피부관리, 영양사 등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회장 생일축하공연 동원 등의 갑질이 직원을 회장의 전유물처럼 사유화하고 신격화한 것이라면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출근 시간은 기록하는데 퇴근 시간은 기록할 수 없는 출퇴근 관리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간외근로를 입증되지 않게 하여 공짜노동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출퇴근 시간 입력시스템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유로운 사용이 보장되지 않고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 간호부 교대 근무자를 1시간여 휴게 시간을 부여했다며 공짜노동에 내몬다는 증언도 있다. 

또한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고서 실제 사용하게 되면 온갖 눈치를 다 주고, 이 때문에 근무를 하면 연차 사용으로 둔갑한다. 게다가 지난 5월부터 차세대 전산시스템 정착을 위하여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휴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시간외근로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전기시설업무의 경우 실제 감시단속업무로 취급될 수 없는 상황이 상당하지만, 감시단속업무로 신고하여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공짜노동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길병원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노동 강도가 높다고 하소연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는 상시지속업무를 맡아 왔음에도 2년마다 어김없이 잘려나간다. 숙련자는 잘리고 그 자리는 또 신규가 맡는다. 선임자는 자신의 업무 외에 신규교육까지 담당한다. 자연스레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모성보호도 열악하다. 육아기 단축 근로는 그림의 떡이며 교대 근무자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병원의 경우 임신 12주 내 36주 이후 임신부 근로시간 단축을 인수인계를 감안하여 적치사용하고 있지 가천대길병원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성인지적 성희롱 대처 방안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가천대길병원에는 성희롱신고센터가 있지만, 센터 담당자에 대한 과거의 행태에 대한 논란이 있다.

  

▲강수진 가천대 길병원 노조 지부장 ⓒ보건의료노조 

강수진 지부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가천대길병원은 온갖 직장 갑질에 공짜노동,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게다가 부패사건도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어떠한 개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전체 직원의 뜻을 모아 갑질을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병원, 부정부패가 없는 병원, 희망을 만드는 병원을 만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 노조 위원장은 “많은 갑질을 들어왔지만, 가천대길병원에서의 갑질은 그 정도가 도를 넘는다. 새 노조는 이 같은 갑질을 말끔히 걷어내고 공짜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6만 조합원은 가천대길병원지부가 굳건히 자리 잡아 가천대길병원이 직원만족, 환자만족, 병원발전의 길로 나아가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한림대의료원을 비롯하여 동국대병원, 건양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크고 작은 26개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가천대길병원은 1999년 민주노조가 좌초된 전례가 있어 새로운 노조로의 가입을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와 노노갈등이 우려돼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천대길병원에서 직장 갑질 문화를 척결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존중을 통한 노사 상생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일어나고 기존 노조를 통한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면 6만 조합원과 함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곧 가천대길병원에 설립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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