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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눈을 통해 농촌의 옛 풍경을 되새김하는 배아라 시인

 

조릿대는 빗방울을 불러 밤새 수다를 떤다.

외양간에서 황소 밤새도록 우웅우웅 숨죽여 울지.

소리 없는 상처가 가는 달을 밤새도록 묶어두었지.

대쪽처럼 살라는 소리가 또르륵또르륵 굴러왔지

신작로 내겠다며 땅을 내놓으라는 동네사람들.

처마 밑에 장작더미들도 밤새도록 잠을 못 이루었지

밤새 황소가 우웅우웅 울 때마다 한 더미씩 더 쌓여만 갔지

조릿대 숲에서 기어 나온 달팽이가 그 소리 야금야금 파먹었지.

―「황소」/배아라 시인(시와경계 가을호 수록)

 

배아라 :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발전을 위해 희생도 없지는 않았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일수록 상실감은 더했을지 모른다. 신작로가 필요한 마을사람들 다수에게 소수인 땅주인은 속수무책이다. 속앓이를 하는 주인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소도 밤새 우웅우웅 운다. 그래도 조릿대 숲에 빗방울은 떨어지며 수다를 떨고, 달팽이는 평화로은 시골밤을 산책하러 마실 나온다. 그 희생으로 읍내로 나가는 길은 넓은 신작로가 되고 드디어는 트럭도 자동차도 들락거리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변하게 된다. 이런 신작로가 생기는 동안 누구의 아픔이 있었는지는 이제 누구의 기억에도 없다. 그렇게 농촌이 변해가는 사이에 젊은 사람 모두가 이 신작로를 통해 도시로 빠져나간 고향은 이제 영 다른 모습으로 다시 변해가고 있다./장종권(시인)

 

장종권  myhanban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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