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주최 행사 자랑으로 도배"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이 22일 인천지역 주요 일간지의 지면 모니터링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지역 3개 언론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아, 편집국장이 구속되고 회사 대표 등 10여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언론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이 단체는 이날 '존재가치를 상실한 인천언론, 시민의 심판만이 해법이다'라는 논평을 통해 "인천지역 언론계는 지난 10월 4일 인천지방검찰청의 언론사 시 보조금 횡령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어느 언론사 한 곳도 시민과 독자들에게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사 내부의 노동조합도, 기자협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신문을 펼쳐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사 주최 행사를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의 논평 전문이다.

【논 평】

- 존재가치를 상실한 인천언론, 시민의 심판만이 해법이다 -

인천지역 언론계는 지난 10월 4일 인천지방검찰청의 언론사 시 보조금 횡령사건 수사결과 발표 이후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인천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언론사들이 집단으로 압수수색을 받아, 편집국장이 구속되고 회사 대표 등 10여명이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언론사 한 곳도 시민과 독자들에게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언론사 내부의 노동조합도, 기자협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신문을 펼쳐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사 주최 행사를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
기호일보는 검찰 수사를 통해 사업국장이 구속되고 사장이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도 자사 지면에는 각종 행사를 홍보하는 기사로 도배질을 해 놓았다.
22일자 14면에는 자사가 주최한 ‘미래도시그리기대회’, 15면에는 ‘코리아 드론 페스티벌’, 16면에는 ‘양주 다문화음식 특화거리 축제’ 홍보기사를 각각 전면에 게재했다.

더욱 특이한 것은 13면과 20면이다.
기호일보는 이날 20면 전면에 ‘조봉암 동상 건립 반대’, '맥아더 동상을 지키기’를 위한 ‘국가안보결의대회’ 광고를 실었다.
한미동맹 강화, 국가보안법 지키기, 주한미군 환영에다 ‘종북세력을 척결하자’는 구호와 함께, 경품으로 “설탕 4천 포대”를 나눠준다는 내용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날짜 13면에는 ‘조봉암 선생 석상 건립’을 주도하고 있는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의 전면 인터뷰가 게재됐다.
한 면에는 ‘동상 건립 반대 광고’를, 다른 면에는 ‘건립 찬성 인터뷰’를 일관성 없이 제 각각 실어 놓은 것이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된 경기일보와 인천일보는 ‘한마디’로 살판이 났다.
경기일보는 이날 인천판 1면 톱에 자사가 주관하는 ‘강화고려인삼축제’ 기사를, 경기판 1면 톱에는 자사 주최 ‘오산독산성 마라톤 대회’를 각각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11, 12, 13면에는 인삼축제, 학생탐구대회, 마라톤대회 행사 홍보기사를 가득 채워 놓았다.
앞으로 자사가 진행할 각종 행사 광고도 9, 16, 18면에 배치했다.

인천일보는 2면에 자사 사장과 간부들이 중국을 방문해 ‘청도일보와 우호협약식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그런데 인천일보 사장 옆에 서있는 간부 한명은 ‘국고를 횡령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인 인물이다.
게다가, 이 간부는 지난 2017년 12월에는 인천시 보조금을 받아 행사를 치르는 ㈜인천마라톤조직위원회에서 또다시 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벌금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다.
이런 인사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청도일보 사장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이를 신문에 실어 놓았다니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 사진이 청도일보에도 실렸을 텐데, 청도일보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한지 궁금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날 인천일보 1면에는 박남춘 시장의 인사를 비판하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고, 관련 해설기사도 3면 톱에 게재됐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천일보가 최근 들어 박 시장의 시정과 인사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한 것은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 ‘저리 가라’다.
인천일보는 이에 앞서 인천지검이 지역 언론 3곳을 압수수색한 직후, 회사 내부에 “시 보조금을 받아오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공고문을 내다 붙이는 ‘간 큰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이제 인천지역의 언론사들은 ‘존재가치를 잃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지역 언론의 뿌리 깊은 사이비·범죄행각을 척결하는 방법은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과 법적 처벌’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인천지검은 하루 빨리 언론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비위행각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라.
박남춘 인천시장도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고, 부당하게 지급된 ‘시 보조금 환수 조치’와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자체 감사를 벌여 관련자들을 단호하게 조치하라.
행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는 시의회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지역 언론과 정·관계 간의 ‘음험한 유착관계’를 청산하는데 앞장서라.

지역 언론의 보조금 횡령사건은, 최근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립 유치원 보조금 비리 사건’ 만큼이나 심각한 범죄행위다.
만약 인천시장과 시의회, 검찰이 언론사의 범죄를 눈 감아 줄 경우, ‘모두가 공범자’라는 ‘시민적 비난과 저항’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8년 10월 22일
인천참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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