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자출신 김미경 작가의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

표지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한 화가가 남은 인생 5년을 가정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책을 냈다.

화가 김미경 작가이다. 그는 지난 5년 전부터 서울 서촌의 옥상과 길거리에서 동네 풍광을 펜으로 그려 ‘서촌 옥상화가’라고 불린다.

“지난 5년처럼 살고 싶다. 매일매일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팔고, 그림 그리며 만나는 새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 속으로 쑥쑥 들어가며 살고 싶다. 여행을 더 다니고 싶고, 딸 옆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 -본문 중에서

김미경 작가가 소중한 것들에 대해 기록한 책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한겨레출판, 2018년 11월)는 20여 년 간의 기자생활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마감하고 전업화가로 살아가는 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20여년의 기자생활을 비롯해 아름다운재단 등 27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14년 쉰 네 살이 되던 해에 전업화가가 돼, 서촌의 그리움과, 시간과 추억, 꽃과 나무, 자유 등을 그림 속에 담았다.

그림 농사꾼으로 옥상, 길거리 등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며 살기 시작한 지난 5년, 그림 판 돈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새 삶이 너무 좋아서 예정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지만 불평하지 않다. 인왕산, 북한산, 나무, 진달래, 새와, 기와집, 골목길... 통 말이 없고, 천천히 변하는 공통점이 있는 새로 만난 친구들 덕분에 새로운 배우고 즐기는 중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하루 종일 인왕산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법, 천천히 햇볕과 바람과 별과 구름이 옷 갈아입는 걸 관찰하는 법,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 법, 안절부절하지 않고 기다리는 법, 내 욕망과 감성을 회복하는 법, 그리고 내 욕망의 소리, 감성의 소리를 알아차려 표현하는 법을 걸음마 배우듯 하나하나씩 배우고 있다.” -서문 중에서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감정에 더 솔직해져야 잘 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누구에게 시킬 수 없고, 내 몸을 고스란히 움직여야만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서촌의 옥상에 오른다는 것이다.

“나는 옥상화가다. 동네건물 옥상에 그림을 그리면서 얻은 별명이다. 벌써 5년째 서촌의 이 옥상, 저 옥상 동냥하듯 다니면서 그리고 있다. 옥상에서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옥상 풍경이 신기하고, 재미나고, 매혹적이어서였다. 옥상에서는 땅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구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본문 중에서

서촌의 다양한 그림 속 배경에는 청와대가 등장한다. 서촌 옥상도들은 청와대가 너무 잘 보이는 풍광이라는 이유로 못 그릴 뻔 했던 사연들도 있다. 왜일까. 보안상 청와대 근처에 앉아 그린다는 이유에서이다.

“영추문 앞 보도블록 위에 낚시 의자를 놓고 앉아 며칠째 그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청와대를 지키는 2020 경비단 000경사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나가면서 간단히 사진을 찍는 건 괜찮은데요. 오랫동안 앉아 그림 그리는 건 안 됩니다. 여기는 보안 지역입니다.’ 국민신문고에 공공장소에 앉아 그림 그릴 권리를 주장하는 민원을 넣고 한참을 기다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그림 그려도 좋다’는 공문을 받은 후에야 다시 그릴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보안상 허락을 받을 수 없어 못 올라가는 옥상도 많다.” -본문 중에서

스물여덟 살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 정은혜 화가는 김 작가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그림 라이벌이다. 25년여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은혜의 그림들은 묘하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다. 2016년, 손으로 직접 만든 것과 파는 경기도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얼굴’이라는 간판을 걸고 시작했던 은혜의 캐리커처 작업, 2년 만에 2천여 명이나 그렸다. 발달장애인이라서 보통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뽑아내는 걸까? 그 사람 속의 진짜 얼굴을 까발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걸까? 한마디로 은혜가 그린 ‘니얼굴’들은 본질적이고 고혹적이다.” -본문 중에서

김미경의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를 두고 가수 양희은 씨는 “김미경 작가가 그리는 모든 풍경이 20대 내 눈에 담았던 것과 같다”고 평했다.

“김미경 작가가 그리는 모든 풍경은 20대 내 눈에 담았던 것 같다. 암 수술 후 몇 발짝 떼는 연습을 한 곳도 옥인아파트 옥상이어서 서촌의 지붕들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였다. 나의 어린 날을 가슴에 들여 놓고 싶어서 그림을 가졌다. 현관과 거실에 걸어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 눈길을 준다.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내 청춘, 기댈 곳 없던 가여운 나를 안아준다!”

책은 ▲나는 옥상화가가 되어갔다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지금의 시간을 그리다 ▲ 소질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등 4부로 구성했고. 215쪽을 글과 그림으로 전개했다.

저자 김미경은 60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강대 국문학과와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겨레> 신문사에서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했고, 한 때 뉴욕한국문화원과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일했다. 저서로 <블루클린 오후 2시>, <서촌의 오후 4시> 등이 있고, ‘서촌의 오후 4시’, ‘서촌의 꽃말’. ‘좋아서’ 등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