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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 빈 수레가 요란하다김동민 단국대 커뮤케이션학부 강사 / 민언련 이사
▲ 김동민 단국대 커뮤케이션학부 강사/민언련 이사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검찰은 빈 수레에 깡통까지 주렁주렁 매달아 끌고 돌아다니면서 기자들을 하나 둘씩 따로 불러 날조된 이야기를 은밀히 속삭여준다. 오늘은 김 아무개 기자, 내일은 박 아무개 기자. 그러면 기자들은 어김없이 ‘단독’ 타이틀을 달고 기사를 써재낀다. 매일 여기저기서 대단한 의혹이라도 밝혀낸 양 ‘단독’ 기사와 리포트가 남발되는 배경이다.

이번 기회에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엄청 오버하는 한국일보 기사를 하나 보자. 9월 21일자 <[단독] "코링크 운용, 정경심 갑질로 힘들어" 입 여는 5촌 조카>란 제목의 기사다. 이 짧은 기사에는 ‘알려졌다’가 네 번, ‘전해졌다’가 세 번, ‘설명했다’가 두 번 등장한다. 모두 검사들이 은밀히 누설한 조작된 내용이다. ‘갑질’이니 ‘가족펀드’니 하는 표현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악의적 모함이다.

검찰은 왜 이런 짓을 자행할까?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 아닌가? 이렇게 피의사실을 흘리고 기자들이 ‘단독’ 욕심에 너도나도 기사를 써대면 그 피의자는 이미 여론재판에 의해 범죄자로 굳어짐으로써 재판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법관은 법과 양심으로만 판결하지 않는다. 결국 무죄추정의 원칙도 무너지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실종되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기자가 할 일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강압이나 회유, 협박에 의한 진술은 아닌지, 실제로 그런 진술을 했는지 진위를 가려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사실 확인도 않고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인생을 파괴하는 ‘단독’ 보도를 남발하는 것은 기자의 자질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민언련의 분석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9월 9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신문의 ‘단독’ 보도는 조중동 134건을 비롯해 모두 185건이었다. 방송은 101건이었는데 채널A가 57건, TV조선이 25건이었다. 출처는 검찰과 자유한국당이 가장 많았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도 대부분은 검찰일 것이다.

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검찰은 왜 이렇게 불법적인 피의사실 누설을 남발하는가? 그리고 기자는 왜 팩트 체크를 생략하고 단독이라는 이름의 허위조작정보를 거침없이 퍼뜨리는가? 검사는 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법조기자는 단독보도 욕심에 기사 쓰기에 바쁜 것이다. 법원이나 경찰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정보의 달콤한 유혹이다. 기소독점권과 속보경쟁이 공모한 참사다.

기자들은 이 사태의 본질을 계급문제라고 호도하기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검찰이 기득권 부패구조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검란(檢亂)이요, 더불어 검사들이 누설한 허위왜곡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받아쓰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란(言亂)이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검찰과 공모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다. 부패한 검찰권력과 언론은 한 몸이 되었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가 9월 22일 공개한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지지 52%의 여론조사 결과는 아무도 인용하지 않았다. 조국 장관에 유리한 팩트는 외면하고 검찰이 흘려준 허위조작정보만 받아쓰는 작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금지하는 것이 기자의 ‘단독’ 욕심을 채워주지는 못할지라도 국민의 알권리와는 관계가 없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지 수준 낮은 글짓기로 흘려주는 허위조작정보가 아니다.

알권리 차원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해야 할 경우에는 민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사책임자가 공개적으로 브리핑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 사문화된 형법 제126조와 법무부 훈령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이 바로 검찰의 허위조작정보의 누설과 무책임한 보도였다. 검찰과 언론이 작당해 피의사실을 누설해 확산시키는 작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편집부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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