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모 인천대 법학부교수

언제까지 대학이 정치논리에 흔들려야 하는가?

류인모교수

인천대 총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대 총장을 뽑는 선거인만큼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방이 앞서고,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총장 선거는 대학 내에서 정책 중심의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외부에서 후보를 재단하고 폄하하는 것은 미래세대이자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

특히 학교 구성원 직접선거를 통해 다수가 지지하고 1위를 한 후보를 ‘친박인사’라고 규정하고 친박인사가 총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유치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악의적인 정치논리로서 인천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이자 인천지역을 수치스럽게 하는 행위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사 사장을 지냈다고 ‘친박’이라고 규정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장을 지낸 사람들은 다 ‘친박’이란 말인가? 이런 논리라면 당시 A공사 사장을 지내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모 인사도 ‘친박’인 셈이다.

현실은 정치계에서도 이사람을 ‘친박’으로 보지 않는다. 하물며 정치와 무관한, 정치와 무관해야 할 학교 총장선거에서 ‘친박’ 운운하는 것은 오로지 후보를 비방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수자원공사사장은 정치적으로 혜택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수공학이 전공인 대학교수가 전에 연구원으로 일했던 수자원공사의 공모절차에 응모하여 사장으로 재직한 것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 것일 뿐 정치적인 단물을 빨아먹은 것이 아니다.

대학사회에서 지탄받는 소위 폴리페서는 정치적인 색깔과 편향성을 가지고 이해관계를 찾아다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대학교수가 전문가로서 공직에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시민을 위한 행정과 환경문제에 참여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은 오히려 고유의 업무로써 당연한 책무이며 바람직한 일이다.

최 후보는 정치적으로 늘 균형감각을 유지했다.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3년에는 정부포장을 수상했다. 위에 거론한 논리라면 ‘친노’ 인사인가? 또 현재 친문이라고 분류되는 박남춘 인천시장이 임명한 인천시 상수도혁신위원회위원장을 지냈는데 그러면 최 후보는 ‘친문’ 인사가 되는가?

대학총장 선거는 학교 발전을 위한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편견과 음해성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대학선거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인천대의 축제인 총장을 뽑는 선거에 지역언론이 도를 넘게 참견하는 것이라면 인천대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만약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흑색선전을 하는 것이라면 사악한 처사다.

대학총장을 장관급으로 대우하는 이유는 장관급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학을 정치적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보호하여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세종대왕의 싱크탱크였던 집현전의 수장인 영전사의 직급을 정1품 영의정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대학총장 선거가 진짜 대학의 리더를 뽑는 축제로 승화될 수 있도록 옆에서 차분히 지켜보며 건전한 충고를 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인천대의 총장선거는 대학에 대한 정치논리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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