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다발

 

놀러 오시라 가지 흔들어 꽃잎을 날린다.

산들바람에도 꽃잎은 부드럽게 유영한다.

분홍으로 물든 속곳이 살랑살랑 바람을 유혹한다.

 

겨우내 숨죽였던 뜨거움을 바람으로 식힌다.

쏟아지는 숨소리들이 내려앉아 꽃길을 만든다.

소복하게 내려앉은 봄의 정령들이 꽃다발이 된다.

-박하리 시집 󰡔말이 퍼올리는 말󰡕 중에서

 

 

박하리 시인은 2012년 <리토피아>에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말이 퍼올리는 말'이 있으며, 전국계간지작품상을 수상했다. 계간 리토피아 편집장이며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놀러 오시라, 산과 들의 꽃들은 손짓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따스한 햇빛을 타고 날아오르라 유혹한다. 몇 달 동안 감염병으로 인해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기가 죽어 눈 한 번 끔벅여 보지도 못했다. 너무 무섭고 답답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야지 싶었다. 아직도 마음을 놓을 때는 아니다. 언제까지 이 공포가 지속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봄의 힘은 강력하고 그래서 봄의 힘으로 이 위기가 끝이 나길 고대해 본다. 꽃길은 열리리라. 꽃다발 들고 봄의 정령들도 와계시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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