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오는 27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검찰 수사, 정보기관 사찰 등을 통해 혹독하리 만큼 검증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야당은 금도를 넘는 과도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이라면 달리 볼 수 있지만, 국정원은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인데, 적과 내통한 사람을 임명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의원의 발언은 몇가지 점에서 부적절하고 위험하다. 우선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7.4 남북공동선언'이나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어긋난다. 적어도 대화 상대로서의 북한은 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내통'이라는 말도 부적절하다. 비수교 국가 사이의 모든 접촉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런 시각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비밀방북도 '내통'인 것이다. 박 후보자는 통치권자의 뜻을 받들어 남북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내통' 운운은 '내로남불'식의 저급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학력위조 의혹 제기도 부적절한 정치공세이다. 박 후보자는 이미 청와대 공보수석과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 목포 지역구 국회의원 3선 등을 거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검증을 받았다. 하 의원의 문제 제기는 이 나라 공직 검증 시스템과 목포 시민들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 없다.

야당이 박 후보자에 대해 과도한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그만큼 그가 두렵고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가 펼쳐나갈 대북협상과 그 결과물이 야당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옥죄고 차기 대선판도를 여당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2기 대북라인의 교체 중 북한과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박지원 후보자이다. 박 후보자는 그 어느 누구 보다 북한을 잘 아는 인물이다. 그는 수많은 공개, 비공개 대북 접촉을 통해 북한의 대남 협상전략을 꿰뚫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대북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등장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도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가장 권위있는 시사주간지인 '중국신문주간'은 지난 20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후 문재인 정부 안보통일 라인 변화'(조란 기자)라는 장문의 분석 기사에서 박 후보자의 등장과 역할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필자는 조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1기 대북라인은 진지하지만 용기와 창의성이 부족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에 필요한 용기와 창의적 전략을 배우고 수행한 인물이다. 김대중 대통령 처럼 비즈니스맨 출신인 그가 남북 교착상태를 창의적 전략으로 돌파해주기 바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배경"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중국신문주간은 필자의 인터뷰를 기사에 싣고 박지원 후보자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지금도 남북관계는 어렵지만, 지난 2000년 당시는 더 어려웠다. 그 어려운 국면에서 '김대중-박지원 라인'은 용기와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또한 비즈니스적인 전략적 접근법으로 남북경제가 상생하는 길을 열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세계를 놀라게 한 결과물이었다.

남북 협상에 관한 박 후보자의 경험과 대북 인적 자산은 이 난국에 반드시 쓰여져야 하는 국가자산이다. 미래통합당이 전쟁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아니라면 박 후보자의 대북 자산이 남북 화해와 협력에 제대로 쓰여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국익을 위하는 대승적 정치이다. 미래통합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큰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LBN방송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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