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도시 김천, 가능성 있다!




최원영 / 극단 십년후 대표




  지난 9월말, 경북 김천시가 올해로 2회째 ‘김천가족연극제’를 개최하였다. 인구 15만 명의 소도시 김천이 전국을 상대로 연극제를 연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그들이 어떤 경유를 거쳐서 인천의 우리 극단에 까지 연락을 취해 초청을 의뢰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연극경연대회와 함께 전국의 유명 작품을 초청해 시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시 관련 공무원들은 국립극장과 함께 서울의 유명 연출자와 스타군단들에 의한 연극단체가 아닌 우리 극단 「십년후」를 초청하였던 것이다.

 

  23일 낮에 도착한 우리는 깨끗한 도시와 한적한 마을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김천시는 우리가 사는 도시와는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먼저 사람들이 여유로웠다. 관련 공무원들이나 공연장 임직원들 모두가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로 겸손하고 친절했다. 마치 옛날 시골집의 후한 인심을 보는 듯 하였다.





친절한 공무원, 아름다운 극장





  공연장 시설과 모양이 참으로 아름답고 현대식이었다. 이 작은 도시가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공연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주차장은 수 천대(?)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우리를 태워 온 관광버스 기사분이 “이렇게 주차시설을 갖춘 도시는 아직 보지 못했다”라는 찬사를 덧붙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나를 감동시킨 것은 공연장의 행정팀들과 기술팀들의 헌신과 열정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쫓아다니면서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를 외치면서 공연자들이 안심하고 공연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그런 열정이 우리 극단을 선택하는 데에도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지난 2월과 6월 서울에서 공연한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에 대한 관람평을 조사한 후 인천시청으로 재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연락을 취하였다고 한다. 누구를 위해서일까? 바로 김천시민들을 위해서 말이다. 솔직히 그들이 부러웠다.

 

  공무원들만큼 문화예술회관 관장 역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이 공연장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료초대권이 없다고 하면서, 지방이나 서울에서 내려온 공연팀들의 표 역시도 공무원들이 솔선하여 팔러 다닌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이렇게 좋은 공연을 김천시민들이 보아야 할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헌신할 수 있게 하였을까? 불과 십년 전만 해도 문화 불모지였던 김천시가 이렇게 달라진 데에는 십년 가까이 재직하고 있는 시장의 역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판공비를 줄이고, 전체 공무원들의 물자절약을 통해 모은 기금과 시민들의 성금을 통해 지은 공연장과 주변 시설들이기에 이 회관은 시민들의 것이고, 시장 이하 공무원들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이 오늘의 김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애착이 있고 애정이 있었던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있어야





  인천만 해도 시 뿐만 아니라 구청까지도 시정 및 구정 목표에 ‘문화’도시라는 말은 들어가 있다. 하지만 문화도시로의 전환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최고지도자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 그리고 집행 의지가 없는 한 문화도시로의 전환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글래스고우시(市) 역시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했던 도시였으나 불황의 늪에 빠진 후 ‘술에 쪄든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도시를 문화예술도시로 전환하는 데에는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그 의지를 구현해 낸 관련 공무원, 그리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유명한 문화예술도시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은 김천문화회관의 놀라운 성장은 작년 전국 최고의 회관으로 선정됨으로써 세상 밖에 빛을 보였고, 나아가 김천시의 문화예술도시로의 전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영광의 뒤에는 시장의 의지와 공무원들의 애착,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노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문화예술도시 김천,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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