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은자 한국국악협회 인천광역시지회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국악예술인이 설 자리(공연무대 등)가 위축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다시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악인 화합과 국악공연 활성화 등 전통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유은자(63) 26대 한국국악협회 인천시지회장이 밝힌 소감이다.

유 지회장은 지난 25일 인천국악회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회장으로 추대돼 연임에 성공했다.

인천뉴스는 31일 유 지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유은자 국악학원’(남동구 구월남로)을 찾아 유 지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유 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연임에 성공했다. 소감은.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악인 뿐 아니라 모든 공연예술인들에게 지난해는 정말 힘든 시기였다. 특히 지난해는 의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연임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회원들이 힘을 보태줘 다시 힘을 내보자란 생각을 먹을 수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전통문화를 활성화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먼저 인천 곳곳에서 만만치 않은 국악인의 길을 가고 계신 회원들 간 화합을 도모하고 지역공연예술 발전과 전통국악 대중화를 위한 다각적 방법론을 고민하고 실행할 것이다.

또 어린 국악꿈나무를 키우기 위한 흥미로운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유은자 한국국악협회 인천광역시지회장
▲유은자 한국국악협회 인천광역시지회장

-국악을 하게 된 계기는.

20대 무렵, 소심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우연히 친구의 친구가 소리를 배우는 곳에 가서 소리를 고래고래 따라 부르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는 말을 들었다. 바로 따라 간 것은 아니지만 그 때 들었던 말이 계기가 돼서 고()이영열 선생님의 제자가 돼 경기민요를 지도받았다.

이후 선생님의 권유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준예능 보유자 김금숙 선생 경기민요 및 십이잡가를 사사받았고, 이후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41호 보유자 유창 선생 송서율창을 사사받고 지난 2015년 이수자가 됐다.

돌아보니 국악인으로서 살아왔던 날들이 만만한 세월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공부하고 실력을 연마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스승님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동료와 가족 그리고 박수치며 함께 울고 울었던 관객들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국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통예술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전통예술은 우리민족의 일상과 정서 그리고 한까지도 응축돼 있는 예술이다. 요즘 TV에서 트롯열풍이 대단하던데, 한 때 찬밥 취급을 받던 트롯음악이 부활하듯이 우리 전통예술도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다시 받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 다만 현재만 놓고 본다면 고사 직전 위기에 처한 우리 전통예술을 국가가 또는 시군구가 (지금보다는 많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퓨전공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퓨전또한 전통의 뿌리가 올곧게 내린 연후에야 가지가 제대로 뻗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통은 원석과도 같다. 원석을 버린 퓨전은 수명이 길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공연무대가 많아졌다. 이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익숙하지 않다. 특히 공연자는 관객과 함께 호홉 하면서 더욱 흥이 나는 것이고,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의 박수와 앵콜 소리에 힘을 더 받는다. 관객이 없이 공연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영 어색하고 흥도 나지 않는다. 지난해는 심지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서 빨리 종식돼 다시 관객들과 함께 하고 싶다. 관객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기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국악인으로의 길을 꾸준하게 걸어올 수 있었다. 그것이 원동력이었다. 특히 전통이라는 것은 음악이든 춤이든 우리네들의 기쁘거나 슬픈 삶 속에서 함께 웃고 울 수 있어야 제 맛이 아닌가.

유 지회장은 30일 오전에 진행한 <인천뉴스>와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며 임기 중에 서울본회의 대한민국 국악제처럼 인천 국악인들을 위한 인천국악제가 열리는 날이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 지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선 정오 무렵, 길가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유 지회장의 바람처럼 전통예술에 대한 대중이 관심이 트롯열풍만큼 뜨거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개한 꽃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이 밝다.

한편 유 지회장은 예전전통예술단장을 맡아 10여 년 이상 경기민요 전승에 힘써 왔다. 지난 2019년에는 제37회 인천시 문화상(공연예술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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