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21대 총선이 치리지던 지난 2020년 4월 9일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나 대화 중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왼쪽)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가운데)
▲21대 총선이 치리지던 지난 2020년 4월 9일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나 대화 중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왼쪽)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가운데)

21대 총선이 한창 이던 지난 2020년 4월 9일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를 만났다. 오랫동안 지역 선후배의 인연을 맺고 있는 김 후보자를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였다. 대구의 스타 정치인이었지만 그의 유세차량 앞은 썰렁하기만 했다. 그는 지나가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손을 잡고 "한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간곡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당시 대구의 분위기는 '도로 미래통합당'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대구ㆍ경북에서 다 떨어지면 안된대이. 다시 영호남 갈등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된대이"라며 특유의 대구 사투리를 쓰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결국 대구는 야당이 싹쓸이를 했고,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을 외쳤던 그의 꿈은 좌절됐다.

김부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떨어질 줄 알면서도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영남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그들을 우리는 '바보'라고 불렀다. 영호남 화합을 이루고자 했던 '바보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빼닮은 '바보 김부겸'이 지난 16일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그의 정치는 파란의 연속이었다. 서울대 재학시절 유신 반대투쟁을 해서 복역한 그는 1988년 한겨레민주당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꼬마 민주당'을 거쳐 2000년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군포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그는 결국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합류했다. 이후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지역주의 극복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당선이 확실한 군포를 떠나 대구에서 출마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대구의 냉랭한 민심으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그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거물인 김문수 후보를 꺾고 승리해 파란을 일으켰다. 지역주의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그의 의지와 진정성이 대구의 심장 격인 '수성갑 지역구'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대구의 분위기는 "그래 이번에는 김부겸이 한테 한번 맡겨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열심히 일했다. 필자는 대구에 가는 길에 KTX열차 안에서, 또는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비서진도 없이 홀로 이동하는 그를 자주 조우하곤 했다. 그는 만날 때 마다  "이제 진짜 영호남 화합이 이뤄진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대구ㆍ경북(TK)은정치적으로 가장 소외된 지역이 되었다. 지역을 대변할 여당 의원은 없었고, 손쉽게 당선된 야당 의원들은 지역 현안 해결에 열정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경제는 갈수록 쇠퇴하고, 부산ㆍ경남, 충청권, 호남권의 발전하는 모습에 지역민심은 내상(內傷)을 입고 있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날개를 다는 데, 대구ㆍ경북 통합신공항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대구의 뜻있는 사람들은 "이럴 때 김부겸이 국회에 있어야 하는 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김부겸이 다시 돌아왔다. 상처 입은 민심을 다독이고, 임기말 정부의 정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책임이 그의 앞에 놓여있다. 상심한 대구ㆍ경북의 마음을 되돌리고, 영호남 화합을 이뤄야 하는 책무도 그에게 주어졌다. 야당과 상생과 협치의 국정을 이끌어갈 과제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국민통합을 위한 그의 진정성과 개혁적 정책역량도 보여주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총리직을 잘 수행한다면 그는 민주당의 소중한 미래 정치자산이 될 수 있다. 비록 총리직 수락으로 이번 대선의 꿈은 접어야 하지만 차차기 대선에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김대중ㆍ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들이 못다 이룬 '영호남 화합의 꿈'을 '바보 김부겸'이 꼭 이루어내기를 기대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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