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인천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20일 오전 애관극장 보전과 공공적 활용 방안 인천시에 제안 예정

▲1950년대의 애관극장 전경
▲1950년대의 애관극장 전경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극장으로 126년 역사를 이어온 인천 애관극장이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018년 1월 애관극장의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 3년여 만에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관람객의 급격한 감소로 민간 소유의 애관극장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애관극장이 매각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기 인천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 20일 오전 애관극장 앞에서 인천시에 제안할 애관극징 보전과 공공적 활용 방안 내용이다.애관극장은 1895년 무렵 정치국에 의해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이 건립한 최초의 실내극장으로 두루 인정되고 있다.

19세기 말 전통연희를 상연했던 협률사를 시초로 축항사, 애관으로 극장 명칭을 변경하면서 근대 초기 신파극과 신극이 무대에 올려졌던 지역극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무성영화시대부터 유성영화로 발전하던 한국근대영화사의 요람이었다.

게다가 애관극장은 인천의 공공시설이 없던 식민지시대 인천시민들의 문화운동과 학생들의 청년문화운동이 발화했던 문화의 전당으로, 광복과 한국전쟁, 전후 복구기와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극장들이 명멸하는 가운데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인천의 문화적 자긍심이자 상징공간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에는 적지 않은 극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자본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극장을 독점하면서 인천시민들과 애환을 함께 했던 여러 극장들이 사라졌고, 지금은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과 함께 동구의 미림극장만이 다시 살아나 실버 예술 독립 영화관으로, 최근에는 여기에 더하여 치매친화전문극장 등 공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 대기업 자본들이 멀티플렉스 극장들을 설립할 때 자본의 공세에 의해 문을 닫기 십상이던 상황에서도 인천 애관극장은 원 극장 건물(현 1관) 옆에 건물을 신축해 2~5관을 개설하고 멀티플렉스와 경쟁하면서 그 역사를 이어왔다.

50여 년 전 애관극장을 인수한 선친에 이어 경매에 넘어간 애관극장을 다시 낙찰 받아 1~5관으로 확장 운영하면서 애관극장의 역사를 지켜온 탁경란 대표 일가가 아니었다면 애관극장은 벌써 여타의 극장들과 마찬가지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경쟁하면서도 애관극장의 역사를 지켜온 극장주의 노력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1월 매각소문이 처음 떠돌았을 때부터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극장을 유지하기 힘들어 매각 의사가 있었으나, 당시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여긴 인천시민들이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모임(약칭 ‘애사모’)>를 만들어 애관극장의 매각 반대 및 인천시의 인수를 촉구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인천시도 애관극장의 가치에 주목하고 물밑 협상이 있었으나 극장주가 매각 의사를 철회하면서 애관극장의 보전 및 공공적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애관극장은 더 이상 50여 년간 극장의 역사와 운영을 맡아온 민간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넷플릭스를 위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빠르게 영화시장을 점유한 결과 인천 전역을 장악한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속속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도심의 애관극장도 관객이 거의 들지 않는 1년 여의 시간 동안 제일 규모가 큰 제1관의 문을 닫고, 인력 감축 등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왔으나 운영을 하면 할수록 쌓이는 적자를 감내하지 못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소식이 극장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민간에게 126년 인천 문화의 자부심을 지켜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애관극장 보전 촉구 기자회견 포스터
▲애관극장 보전 촉구 기자회견 포스터

 

이에 2018년 1월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모임>을 결성해 애관극장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고 이를 공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인천시에 요구했던 인천시민들은 다시 제2기 ‘애사모’를 결성하고, 애관극장이 혹여나 건설자본에 매각되어 멸실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인천시가 적극 나서서 애관극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고, 애관극장을 인천 원도심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자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인프라로 재창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이를 위한 시민문화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광주와 원주 등지에서 오래된 단관극장을 지역시민들과 전국의 문화단체들이 연대해 지켜낸 문화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35년 10월 광주 충장로5가에 연 “광주 조선인 최초의 영화 전용 상영관”이었던 광주극장은 전국 25곳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하나로 코로나시대에 시민들을 위한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군사도시였던 원주에서는 1963년 세워진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단관극장을 지키기 위해 올해 2월 22일에 <아카데미보존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구시나 강릉시는 민간예술극장을 공공자원으로 보고 이미 조례를 제정해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1월에 이어 다시 시작하는 제2기 ‘애사모’는 애관극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고 이를 공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을 통해 시민문화운동을 전개한다.

시민문화운동은 애관극장의 역사, 문화적 가치 재조명, 월1회 애관극장에서 영화보기운동’ 등 다양한 극장 활성화 방안 추진, - 애관극장의 공공 매입을 통한 항구적 보전대책 수립,  원도심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서 애관극장의 다양한 활용방안 모색,  원도심 상생발전을 위한 인천시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애관극장과 함께 미림극장의 공공적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  인천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문화단체에 연대해서 공동대응 모색 등이다.

다음은 제2기 인천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 20일 오전 애관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시에 제안할 애관극징 보전과 공공적 활용 방안 내용이다.

첫째, 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극장인 협률사와 축항사의 전통을 이어받은 애관이 계속 인천시민들을 위한 상영관이자 문화시설로 존속할 수 있도록 인천시가 즉각 전향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애관극장의 문화적 활용을 위해 인천지역 문화계와 한국영화계, 그리고 인천시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애관극장의 고유한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해나갈 것을 요청 드립니다.

셋째, 애경사와 인천가톨릭회관, 그리고 애관극장에 이르기까지 인천의 소중한 건축자산과 문화유산을 시급히 보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거듭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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