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열 (사)인천민예총 이사장
“90년대 초 창립된 인천민예총은 그동안 서울의 변방으로 뚜렷한 실체와 정체성 없던 인천지역 문화풍토에 경종도 울리고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는 등 수많은 족적을 남겼지만, 최근 급변하는 사회분위기에서 활동이 다소 위축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회원들과 함께 민예총이 해야 할 일을 재점검하고 회원들이 훌륭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김정열(60) 인천민예총 이사장이 제 14대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사)인천민예총 정기총회에서 제 14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현재 본격적인 행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뉴스>는 7일 오전 김 이사장이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부평여자고등학교를 방문해 그간 궁금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사태 등 인천에서도 많은 예술가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맞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예술가들의 삶은 팍팍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악’ 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들이 더 많아졌다. 민예총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급변하는 사회분위기를 따라잡지 못해 정체기에 빠진 민예총 예술가들과 활동가들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책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에 조직을 조금 개편하면서 정책위원회를 강화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민예총의 강점은 정책적인 부분에 있었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늘 제목소리를 내왔던 조직이 바로 민예총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다소 약화된 정책위원회에 힘을 실어 인천시의 문화시설 건립 및 문화행사 확대 등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도 비판할 것은 맹렬하게 비판하고, 실현가능한 것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제안할 생각이다.
-현직 미술교사이고 담임도 꾸준히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개인전도 여는 등 작품 활동도 매우 활발한데.
▲올해로 30년째 교사생활을 해오고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담임을 한 해도 빼지 않고 맡아오고 있다. 스스로 교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전교조 활동 등 사회적 이슈 관련 활동도 많이 했지만 역시 학생을 중심에 놓고 가르치는 일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정년퇴임까지 남은 2년도 담임교사를 꼭 할 생각이다.
그리고 전시회는, 내가 미대를 나오긴 했지만 그림은 나보다 잘 그리는 미술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개인전 등 전시회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나는 가르치는 일에 더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잘 가르친다.(웃음)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작업실을 따로 마련하고 조금씩 그리다 보니 벌써(?) 개인전을 2번이나 하게 됐다.
-2번의 개인전이 모두 인물 위주 초상화이다.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가....(웃음)...인물초상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참 좋다. 아니, 사실은 내가 작가적 감각이나 상상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겸손한 웃음) 다만 눈꺼풀의 섬세한 각도와 입꼬리의 미묘한 기울기에서 느껴지는 희노애락 그리고 깊게 패인 주름에서 상상되는 그 사람의 삶의 흔적과 내력을 표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그리고 시대를 성찰하게 된다. 어쩌면 존재에 대한 나름의 사랑법일 수도 있다. 2019년 2월 열린 첫 개인전은 특히 인천시민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인물들 위주로, 2020년 11월 열린 2번째 개인전은 가르치는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천인물 열전(列傳)’을 열었다. 다행히 두 번 다 호응이 아주 좋았다. 특히 학생들을 그린 작품은 졸업할 때 졸업선물로 선물했더니 인기가 더 많아졌다. 그 전부터 인기는 많았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올해 8월 개최 예상인 민예총 미술위원회 주최 전시회에서는 각 작가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 풍경을 담은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인천평화축제 내에서 함께 진행하는 평화미술제도 회원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인천의 문화예술가들은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사실 예술가들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연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실질적인 사례로 인천 부평이 음악도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부평 뿐 아니라 인천 전체에서 유일하게 남은 락캠프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어 이전을 고민하고 있는 지경이다. 나는 이런 부분이 예술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참신한 방안책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도 민예총 정책위원회를 통해 모색하고 관련 아이디어를 시나 구에 제안할 것이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김 이사장과 부평여고 정원을 거닐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며칠 전 정원 곳곳에 꽃씨를 뿌렸다며 조만간 꽃들이 활짝 피면 더 예쁠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햇빛에 반사돼 유쾌하게 반짝였다.
한편 김 이사장은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2005~2006년 인천민족미술인협회 대표, 20011~2012년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인천지회(인천민예총 전신) 지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