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에 사회복지법인 규칙 적용

[인천뉴스=손상원기자] 인천 부평구에서 노인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김미란(46·가명)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3억원의 은행대출을 받아 시설한 10인 미만 요양시설에서 대출금과 이자를 지급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정부의 말을 믿고 뛰어 들었지만 생각만큼 수익도 신통치 않아 직원들의 급여를 주고 나면 이자 감당하기도 벅차다고 김씨는 하소연 했다.

시설을 매매하려 해도 요양시설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이 더욱 강화된다고 소문이 나서 선뜻 인수하겠다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에서는 면세사업자를 비영리복지시설로 전환하라고 하지만 그럴 경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2008년 4월 의욕적으로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 7년차에 접어 들도록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복지법인시설과 민간 개인시설 사이에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사업 초기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노인 장기요양시설 인프라 구축에 민간을 끌어 들이기 위해 사업설명회를 통해 수익성을 보장한다며 개인요양시설의 설립을 유도해 왔다.

이 때문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의 개인시설은 지난 2009년 1,491곳에서 지난해 2,940곳로 4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공립시설은 91곳에서 119곳으로, 법인시설은 1,046곳에서 1,416곳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그 추세가 가파르다.

이렇듯 민간시설의 확대 추세 배경에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조무사, 노인요양사 등 필요인력만 갖추면 누구나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노인장기요양보험급여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점, 상대적으로 관리·감독에 대한 마땅한 관련 규정이 미비해 운영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민간시설들은 입소노인 자부담 20%와 보험급여 80%의 수입으로 노인 1인당 월평균 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또 대부분의 시설들은 면세사업자나 비영리복지시설로 분류돼 고용인력에 대한 근로소득세만 원천징수할 뿐 조세나 회계업무에 대한 통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있다. 정부가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특혜인 셈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부 민간개인시설들의 법적 필요인력 미비나 허위·과다청구된 요양보험 급여에 대해서 감액 정도의 처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8월 보조금을 받는 사회복지법인에만 적용하던 재무회계 규칙을 민간 개인시설을 포함한 모든 사회복지시설로 확대했다.

정부가 수익을 보장하고 끌어들인 수익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공공성을 내세워 개인시설들에 대해 수익을 가져가지 못하게 통제하려는 엄격한 재무회계규칙은 필연적으로 시설운영자들의 집단 반발을 일으켰다.

민간시설 운영자들은 “회계의 투명성, 공공성, 명확성을 강조하는 회계규칙은 시설지원금이나 운영보조비를 받는 사회복지법인 시설에나 적용 가능할 뿐 개인자산으로 설치 운영하는 민간시설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하고 “민간 장기요양기관들에 적합한 회계규칙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김성주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모든 장기요양기관이 이 재무회계 기준을 따를 것과 회계부정이나 불법·부당행위 발견 시 지정취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에 재무회계자료 제출 명령권 부여 등 관리감독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입법발의를 준비중이다.

이에 대해 민간시설 운영자들은 전국노인공동가정연합회를 결성하고 바른노인복지실천협의회, (사)한국장기요양정보나눔회 등과 함께 입법안 저지 투쟁에 나섰다.

강판수 연합회장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며 시설운영자들을 잠재적 범법자 및 횡령자로 만드는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헌법소원과 무효소송을 청구하는 등 총 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적인 인력규정이나 노인 인권보호 등에 대해 공적인 감사를 부정하는 원장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 등을 통해 시설을 설치했는데 수익을 가져가면 횡령이 된다고 하니 이자 지급이나 채무는 어떻게 갚느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입법안의 배경에 사회복지법인들의 로비에 의한게 아닌 지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법률로 민간시설들의 수익사업성을 부정할 경우 대부분의 민간시설이 철수한 자리에는 일부 국공립을 제외하고는 법인시설들만 남기 때문이다.

시설에 들어가려는 노인들은 가정적인 분위기의 민간시설을 선호하거나 시설을 잘 갖추고 대형화된 법인시설을 선호하는 층으로 양분돼 있으나 어느 한 쪽이 무너지면 선택의 여지 없이 다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입법에 앞서 공청회 등을 통해 민간시설들이 영리사업자인지 아니면 공공시설인지부터 먼저 정체성을 분명히 설정하고 그에 맞는 온당한 관리감독을 포함한 입법이 정부정책의 신뢰성과 노인복지정책의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인천시에는 226곳의 민간시설과 48곳의 복지시설에 총 7천여 명의 노인들이 입소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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