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사람들의 내면에는 “진실은 저 너머 있다(Truth is out there)”고 믿고 싶어 하는 야릇한 심리가 있다. 자신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이나 사건들이 좀처럼 명쾌하게 해석되거나 규명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음모론(陰謀論)으로 도피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혼란과 불확실성의 정체를 밝히겠노라 의도하곤 하지만, 그러나 정작 음모론(conspiracy)은 사회적 불신과 혼란, 불확실성(uncertainty)만을 부추길 뿐이다.

벌써 5년전 천안함 사건 당시, 사람들은 마치 집단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런 류의 음모론과 유언비어에 빨려드는 듯 했다. 어떤 이들은 ‘기뢰’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라고도 하고, 다른 어떤 이들은 ‘암초’에 ‘피로파괴’라고도 했다. 심지어는 ‘자폭설’에 ‘오폭설’까지 등장했을 지경이니, 그 사회적 불신의 정도는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였다.

저마다 각자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은 사람들은 아직 사고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책임소재부터 정해두려 서두르는 인상이었고, 기실 이러한 태도는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상황이었고, 그만큼 이 사건을 둘러싸고 사회적인 합리성이나 이성적 판단력은 예리하지 못했다.

문제는 정부조차 그 불신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참으로 우연치 않게 한 어부가 그물로 걷어 올렸다는 ‘1번 어뢰’마저 등장했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는 충분히 많았다.

당시 ‘1번 어뢰’를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자 했다면, 정부는 그것이 논리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과학적으로 어떻게 뒷받침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는 없는지,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어떻게 증명되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더 완결된 논리로 설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설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앞에 신뢰를 ‘강요’했다. “왜 그러냐”고 묻는 국민들앞에 “내말이 맞으니 무조건 믿으라”고만 했다. 그리고는, “그래도 못 믿겠다”는 국민들앞에 급기야 색깔론의 프레임마저 들이댔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의 근거를 요구하는 국민들앞에, 마치 종교적인 신념과 선택, 고백성사(告白聖事)를 요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죽했으면,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의 절반은 정부발표를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천안함은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두고 아직도 사회적인 불신의 정도가 여전하다는 것도 분명히 안타까운 현실이다.

불신이 높아질수록 사회적인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불신(不信)을 해소할 만큼의 충분한 소통(疏通)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천안함의 진실은, 여전히 저 너머 있다(The truth is ou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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