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인하대 강사)
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인하대 강사)

건강은 불평등하다. 지역과 소득에 따라 의료자원의 편중된 격차는 더 커지고 있고, 의료양극화가 심화되는 만큼 의료공정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의료는 계층화되어 있고 건강은 계급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50여가지 법정감염병의 발병자수는 모두 111,837명. 그 중 서울 등 대도시 지역 발병자수가 46,602명이었던 데 반해, 그 외 지역 발병자수는 65,235명이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대도시 지역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 전염율은 대략 20% 가까이 높았던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2011년 기준 감염병에 따른 사망률은 대도시 8.48명이었던 데 반해 농어촌 지역에서는 16.44명으로 2배의 차이가 났다. 반면 감염병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농어촌 지역 11만7,468원, 대도시에서는 12만5,613원으로 오히려 대도시가 높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자치단체별 의료서비스 공급편차는 무려 40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에만 1,200여개 의료기관이 분포하는 반면 인천 옹진에는 3개소에 불과했다. 의료인력의 수급불균형 또한 의사 면허 소지자의 74.2%, 간호사 면허 소지자의 69.8%가 서울 등 대도시에 몰려있을 만큼 의료인력의 지역별 쏠림현상은 심각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공공의료에 있어서도,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17개 자치구가 보건소 이외에 보건분소를 추가로 운영 중인 반면, 전국 20개 농어촌 자치구에는 여전히 보건소 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을 만큼 의료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의료서비스 공급에 있어서 지역과 소득에 따른 ‘의료 반비례 법칙(inverse care law)’ 만큼이나, 사망률이나 건강수준, 질병과정에서도 소득과 학력에 따른 건강불평등(health inequality) 현상은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에서, 질병없이 건강한 상태로 생존할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기대여명(healthy life expectancy)이 30세를 기준으로 대졸 이상의 경우 46.6년, 중졸 이하는 35.8년으로 조사된 바 있다. 영국에서는, 부모의 사회계층이 낮은 경우의 신생아 사망률과 높은 경우의 차이가 2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소득수준이나 학력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계층이 낮을수록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나 장애율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건강상태에 대한 자가인지수준에 있어서도 동일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과정에 있어서도, 특정계층의 생활양식은 특정질병의 위험인자(risk factor)에 대한 노출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반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은 저하시키는 것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계층에 따른 고당분 고염분 저섬유질 음식의 섭취량 등은 특정계층에서 관상동맥질환이나 심혈관계질환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고, 영세하고 낙후된 과밀 주거밀집지역에서는 이같은 주거환경 자체가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질병치료나 의료추구행위, 의학적 규범에 대한 인지나 준수에 있어서의 계층적 차이 또한 그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는데, 결국 이같은 의료추구행위나 의료서비스 이용행태에 있어서 여전히 그 주된 결정요인은 의료비용 같은 경제적 요인이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 자체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의료 반비례(inverse)’를 ‘의료 정비례(direct)’로 전환하는 의료자원의 공정한 배분은 대단히 중요한 정책적 과제다.

대규모 감염병 같은 사회적 재앙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차별적일 수 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직접적이고 더 치명적이다. 공동체의 관심과 국가의 역할이 더 집중되어야 할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해 담배세까지 올리며 생명정치(biopolitics)에 나섰던 정부다. 국가적 책무로서의 공공의료(public health care)를 넘어 의료공정성(health care fairness)을 확보하는 것, 건강은 여전히 불평등하지만 최소한의 균형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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