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석 시인이 두번째 시집 󰡔보들레르 알레르기󰡕(리토피아, 132쪽, 9,000원)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작품 80여 편이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자연 또는 타인과의 교감이 미학임을 보여준 보들레르, 자신에게는 분명 혹독한 순간이었을 세상, 그나마 자양분이 되어준 것이 ‘상징의 시학’이 아니었을까.’는 말로 자신이 보들레르로부터 적지 않은 시적 영감을 받았음을 드러냈다.

시집 해설을 맡은 최광임 시인은 ‘정남석 시인이 주목하는 지점은 교감이다. 사람과 사람의 교감, 사물과 사물과의 교감, 사물과 사람 간의 교감을 시도함으로써 불통의 사회를 진단하고 억압적이고 폭압적인 것들로부터의 탈주하고자 하는 의식을 고취한다.

사물에게 말을 걸고 그것에 생명을 부여하여 주체화 시키는가 하면, 탈주 이전의 것들과 단절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즉, 현대사회의 병증을 사회구조적인 것으로 간주해버린 순응 자세가 아니라 불통을 조장하는 것들을 향한 과감한 비틀기를 견지한다.’라는 말로 그의 시세계를 압축했다. 정남석 시인은 막비시동인으로 치열한 시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치명적 너그러움

섬은 겉으로 울면서 깊어지고 싶었다

됐어,

아직 숨겨진 흥분을 가라앉혀야 할 때

투명해지려는 분자 하나가 날숨인 혀를 밀면서

왼쪽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격렬해지고 싶은 바람을 길게 이으면

뼈를 통과하지 못한 물이

몸을 살짝 빼기도 하면서

배꼽을 연결 할 수 있지

석문을 지그시 누르고 파문을 염려해서

가까워지다 멀어지는 호흡은 안타깝지만

물은 내일의 수평을 위한 안간힘이고

섬은 마지막까지 은둔할지 모른다

묶어둘수록 벗어나려는 시도는 간절하다

 

섬은 안으로 울면서 기대고 싶었다.

 

갈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대본은 수정 된다

익숙한 대사에 밑줄 긋는 바람

 

흔들림을 위해 소화불량에 걸렸거나

멀미약을 조금 먹어두었을 것이다

 

들키지 말고 비밀 한 조각을 떼어봐

약기운에 뼈 속이 비어갈 때

방황은 시작된 거야

뿌리는 괜찮다고 내버려 두라 했겠지

 

중독, 언제부터 반복이었을까

갈대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멀미에 녹초가 된 이후

생수에 레몬을 띄워주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겠지

 

낯선 친밀감이 힘줄을 당길 때

 

가만히 손금 위를 더듬어본 적 있지

습관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달의 생각은 투명 했어

서쪽에는 동쪽을 가리키는 바람의 통로가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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