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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폴리페서'의 이중성
   
  ▲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천대사회경제연구센터 센터장)  

우리 사회에서 곧잘 쓰이고 있는 '폴리페서'란 속어는 정치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폴리티션(politician)'과 교수를 의미하는 '프로페서(professor)'의 합성어다.

고고한 상아탑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문적인 연구를 해야 할 교수들이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고 되레 흙탕물 튀는 기성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그런 자기부정과 이율배반적 탈선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정서를 담은 꾸짖음과 조롱의 용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초, 그런 속어 '폴리페서'의 어원과 실제로 한국에서 쓰이는 그 의미와 어감을 두고 외국 교수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다들 자본주의 체제에 비판적인 진보적 성향의 학자들이어서 그랬는지, 한 일본 교수는 학자가 자기의 학문적 소신을 갖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인가 하며 의아해 했고, 한 프랑스 교수는 학자들이 '폴리페서'를 실천하지 않으면 되레 사회가 썩고 만다며 지식인들에 대한 한국적 인식의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물론, 그들의 이러한 반응은, 첫째, 그 속어의 어원 중 하나인 '폴리티션'을 현실 참여, 정치 과정을 통한 실천, 굽히지 않는 학문적 소신의 주체로 간주한 것에 기인하는 것이며, 둘째, 그들의 문제의식 및 지향과는 전혀 다른 우리나라 '폴리페서'들의 파행적 이중성을 지금껏 접하지 못 했기 때문인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가 꾸짖고 또 조롱하는 우리 눈 앞의 '폴리페서'들은, 첫째, 정치와 현실 참여를 통해 장관 또는 연구원장 같은 '자리=권력'을 꾀하지 학문적 소신이나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이념적 지향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둘째, 속어의 명칭 자체가 두 가지 어원의 합성어이어서 그런지(?), 그들 중엔 지극히 '이중적인' 인격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그놈의 '권력'과는 무관한, 예를 들어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에 참여하거나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와 연관되는 활동을 벌이는 교수들을 그들은 '무능한' 지식인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그들에게 있어 '유능한' 지식인은, 국가기관의 수장이거나 돈 많은 대기업의 연구용역을 수행하며 또 중앙 무대에서 활약하는 '고상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권력' 지향성과 '이중성'으로 말미암아 교육과 연구의 거점인 대학이 제 구실을 못 하고 또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폴리페서'들이 벌이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들 중 대다수는 꼭 중앙정부나 대기업 본사에 가까운 서울에 살면서 자신이 월급 받고 있는 소속 대학에는 늘 일주일에 딱 한 번 횡차(?)한다. 이런 식이니, 학생 지도가 제대로 되겠는가. 교수는 강의만 한다고 다가 아니지 않는가.

헌데, 더 심각한 것은 그런 교수들이 비싼 학비를 내는 학생들을 볼모로 해서, 자신이 속한 대학과 자신의 교수직을 중앙정부 기관장 같은 자신의 그 '고상한(?)'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른바 VIP의 콜에 대기하기 위한 '대합실' 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결국 대학과 학생은 자기들 입신양명을 위해 존재해줘야 한다는 것.

즉, 자기가 월급 받는 대학을, 자기가 장관 자리라도 얻으면 언제든지 떠나고 또 장관 자리를 잃으면 언제든지 컴백할수 있는, 그런 '만만한' 곳으로 여기고 있다는 게다. 그들에게 있어 대학은 그야말로 '이중적인' 공간이다.

대학과 학생은 뒷전으로 하고, 대학 내에선 자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똑똑하다며 앞에서 언급한 '무능한(?)' 교수들에겐 목례조차 하지 않는 그들이 '권력' 앞에선 '사무라이식' 포복을 해대고 있다. 이런 식의 권력 지향적 이중성이야 말로, 청산되어야 하는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적폐청산'을 들고 나섰던 후보가 정권을 잡았다. 헌데, 그 정권 주위에 1천 명에 달하는 '폴리페서'들이 '한 자리 콜'을 위해 전화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교수 중에 유능한 사람이 있다면 나라의 중책을 맡겨야 한다. 일본과 독일 교수들이 언급한, 이념 지향적인 현실 참여는 중요하다.

허나, 대학은 자기들 '대합실'로만 여기면서 권력 앞에선 낮은 포복으로 기는 교수들은 청산되어야 한다. 이들이야 말로, 대학을 후퇴시키고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적폐 중의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제대로 된 '폴리페서', 즉 권력이 아닌 자신의 학문적 소신과 이념을 위해 정치와 현실에 치열하게 참여하는 교수들이 더 많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내 개인적으론, 외국 교수들과의 '원활한 토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편집부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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