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이연수 기자

[인천=이연수기자] “도시는 세월의 자연스런 흐름 속에 담아낸 깊이와 철학을 통해 스스로 진화할 권리가 있다. 나는 도시가 주인공이 아닌, 살고있는 사람 개개인이 주인공이 돼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진짜 도시를 꿈꾼다."

"송도나 청라국제도시는 일종의 매트릭스 공간이다. 소수의 설계자가 그려놓은 도시공간, 즉 시스템에 편입된 개개인은 자율의지와 창조의지가 함몰된 채로 수동적인 수요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애경사’ 철거문제로 불거진 근대건축물 보존문제와 인천시가 추진중인 중·동구 등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가 강조한 ‘도시관(觀)’이다.

민 대표는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 북성포구살리기 시민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는 인천지역 예술인으로 현재 동구 배다리마을 인천양조장건물을 임대해 인천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인 스페이스 빔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중구청의 근대산업유산 애경사 철거현장을 SNS에 올리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인천지역 근대산업유산 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공론화시키는데 기여한 바 있다.

현재 ‘애경사’ 철거 자리는 송월동 동화마을 주차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민 대표는 이에 대해 “중구청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며 차량 이용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대형 주차시설을 만들며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선도하지 못하는 지자체장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수 억 원의 시민세금이 낭비되고 결국은 주민들에게 돌아와야 할 공간마저 빼앗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구청이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으로의 변화를 꾀한다면, 주차장 건립을 중단하고, 장소의 역사성을 살려야 한다”며 “인천시와 중구청은 조례개정 등을 통해 근대문화유산 전수조사 전담기관을 지정하고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하는데, 근대산업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해 시와 구는 보다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살려야한다”고 말했다.

인천 중·동·남구는 인천의 중심지로 과거 인천시민 전체의 70%가 이 지역에 몰려 있었을 정도로 번성한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은 주거환경이 노후되고 낙후돼 인구가 많이 줄었다.

원도심과 신도심의 양극화·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는 현재 동인천역 르네상스프로젝트, 개항창조도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민 대표가 둥지를 틀고 있는 배다리마을 역시도 동구청 주도하에 배다리삼거리근대경관개선, 게스트하우스촌조성, 배다리역사문화관 커뮤니티센터, 배다리북카페촌조성, 배다리근대역사문화로조성 등의 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 대표는 “배다리마을 주민들은 가급적 민간의 자발적인 개선 작업을 기대하고 있으며 관주도의 인위적인 개입은 지양할 것을 동구청에 요구하고 있다”며 “또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써야 한다면 ‘근대’라고 하는 과거의 전통 이미지 장식과 설치를 지양하고 건축물 고유의 역사성을 존중해 현재 관점에서 창의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도시재생사업이 신포동처럼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 사례가 되면 안 된다”며 “개발을 위한 철거,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선 세입자, 상인, 저소득층 시민들과 싸우는 사업으로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유 시장이 강조하는 인천가치재창조가 부동산가치재창조로 전락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공공성인데, 경제나 개발논리로 시나 국가의 자산을 파괴하거나 매립하고 또는 철거하고 심지어 개발하면서 특정업체 사유화가 진행돼 결과적으로 시민이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최근 인천양조장 건물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양조장 건물을 지키고 살리기 위한 시민공유자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10억대의 기금 모금이 무모함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기회로 보다 적극적인 도시문화활동을 펼칠 생각이다”며 “특히 ‘시민자산화’ 비전은 앞으로도 중요한 이슈이자 과제라는 생각이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열린 운영 조직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스페이스 빔에서 민운기 대표.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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