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교수

경제자유구역. 인천 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용어다. 도시 곳곳에 경제자유구역에 관한 홍보가 늘어져 있고, 지역 신문은 마치 경제자유구역이 인천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정책 수단인 것처럼 포장하는 ‘관변’ 기사들로 난리다. 그런 가운데, 더 심각한 것은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 개발만 잘 되면, 지역의 경제도 살아나고 고용도 늘어나며 또 인천의 기존 산업들도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이른바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무모한’ 낙관이 인천 시정 전반에 녹아들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서, 여타 광역시도에 비해 인천은 지역을 위한 경제정책도 금융정책도 그리고 산업정책도 없다. 오로지 ‘경제자유구역’ 정책뿐이다.

 이렇듯, 인천의 정책 생태계 내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의 의미와 실태에 관한 시민들의 이해는 유감스럽게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을 들여다보자. 이 법에 의하면,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은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법이 정하고 있는 목적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는 우선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이 법의 목적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여 지역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실태는 어떠한가? 송도 신도시의 사례를 보라. 국내 재벌 대기업인 현대백화점이 설립한 ‘현대송도개발’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투자회사로부터 고작 자본금의 10%에 불과한 15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투자 기업으로 승인받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의 ‘상전 모시기’ 혜택을 독점했다. 이 괴상한 외국기업(?) ‘현대송도개발’은 인천시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5만 9193제곱미터의 땅을 인수해, 자신의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에 이를 임대해 주고, 또 현대백화점은 이곳에 아울렛을 열어 성업 중이다. 이 무슨 이런 ‘개판’이 다 있나? 국내 재벌 대기업에 어쩌면 이렇게 다정한 외국기업이 다 있는지 모를 판이다. 이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의 지극하기 짝이 없는 외국자본 우대조치를 악용해 국내 재벌 대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사례다. 

바꿔 말해, 작금의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국내 재벌 대기업의 ‘꼼수’에 놀아나는, 그야말로 사유지로 전락했다. 필자는 대학 교수로 임용되기 전에 삼성그룹의 핵심에서 일 한바 있어 그 인맥을 통해 우리나라 재벌의 속내를 나름 자주 접하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현재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은 송도 등과 같은 경제자유구역을 어디까지나 투기 대상으로 생각하지 생산적 활동을 동반하는 투자처로 간주하지 않는다’이다.

또 지극히 자의적인 ‘계약변경’과 ‘불공정협정’은 어떠한가? 송도에 대규모 단지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도시개발공사 등의 개발시공업자 간의 계약조건을 멋대로 변경했다. 예를 들어, 150~170%로 이미 결정되어 있던 용적률을 최고 375%로까지 변경하여 시공업자의 개발이익을 아주 친절하게(?) 챙겨준 바 있다. 

또 민간자본에 의한 SOC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고작 9억 원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무려 24조 원 규모의 개발 사업을 총괄해온 게일사와 인천시 간의 불공정계약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희대의 코미디극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송도 U-City 통신망 구축 과정에 있어서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민간 개발사업자의 불법행위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행정적 재제를 가하지 않고 묵인해버리지 않았는가. 또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공공적인 목적을 가진 사업에는 조성원가로 토지를 공급하고 또 개발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감정평가가로 토지를 매각함으로써 개발이익이 개발사업자보다도 직접투자자로 더 많이 돌아가게끔 조치하지 않았나. 

하나 더 지적하자. 인천시가 투기자본의 이익을 보증해주기 위해, 과도한 우대조치를 제공한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국제업무단지 내 센트럴 파크 공사를 담당한 NSC(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에게 무려 100년 간의 토지 무료 사용을 승인한 사건을 둘러싼 특혜 의혹은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또, NSC가 127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인천시에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모건 스탠리에 고작 1억 5,000만 달러의 3년 간 분할 투자를 알선하고자 밀실계약을 강행한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송도 신도시는 이른바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애초부터 합리적으로 계획되거나 조정되는 것과는 달리, 그 설계와 집행 과정에 있어서 매우 투기적이었고, 이와 같은 투기에 의해 많은 문제점이 초래되고 있고 나아가 그 리스크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투기적 개발을 기치로 내거는 도시 그 자체가 가진 파국적인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송도 신도시로 불리는 경제자유구역은 기업과 외국자본에만 좋으면 된다는 패러다임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주의적 도시’가 갖는 그 본질적 성격에 인천 특유의 ‘부정’ 및 ‘불공정’이 조합되어, 현재 최악의 ‘기업주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이란 말인가? 송도 매립 과정에서 벌어진 ‘투기꾼들이 어민을 잡아먹었던’ 괴기한 역사는 묻지 않겠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투기적 성격과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의 부재에 대해서도 묻지 않겠다. 단, 지금부터라도 이 공간에 시민이 그리고 도시 공공성이 자리 잡게 하지 않으면 인천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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