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2주년 기념식장에서 만난 81세 김도연· 이진표씨

▲ 왼쪽부터 이진표(81), 김도연(81) 어르신이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마치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연수 기자

[인천=이연수] 인천시가 광복절 72주년을 맞아 수봉공원 현충탑 참배에 이어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진행했다.

기념식과 경축공연 행사가 끝나고 대공연장 앞 로비에서 광복절 행사에 처음 참여했다는 어르신 두 분을 만나 광복 72주기를 맞은 소감 등을 들었다.

김도연(81) 씨는 부평구 산곡동에서, 친구인 이진표(81) 씨는 남동구 간석동에서 왔다고 했다. 자판기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 비바람에 바지와 신발이 다 젖었다며 마주보고 웃었다.

김 씨는 오늘 유정복 인천시장 기념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는 말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유 시장이 ‘요즘 젊은 친구들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많이 힘든 것 알고 이해하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어렵게 나라를 지키고 일으켜 세운 어르신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당부하는데 마음이 찡했다"고 전했다.

유 시장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광복 72주년을 맞아 민족의 자주독립과 해방을 위해 엄혹한 식민지배하에서도 헌신하신 애국선열들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이제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어떠한 역사를 써가고 있는지 고민해야할 때라 생각하며 어렵게 일궈온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고 한반도의 통일과 민족번영이라는 꿈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야 한다”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김 씨와 이 씨는 대한민국의 근대 격동사를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서인지 그동안 보수층을 지지해 왔는데, 이번 촛불대선을 겪으면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잘못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어, 특히 나라경제가 많이 어려워 젊은이들이 어렵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보면 참 안쓰럽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많이 잘못했다”며 기막힌 심정을 토로하고 나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며 ‘이게 나라냐’ 외칠 적에 그 말이 가진 의미가 참으로 뜻깊었다”고 잠시 말을 멈췄다.

이 씨가 침묵을 깨고 “사실 이렇게 나라가 어려운데 한달에 20만원 노령연금 받는 것도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며 “어떤 때는 전철 공짜로 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씨는 “우리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 것은 다 전철의 힘이다”면서 “집에만 있으면 병이 나는데, 전철을 무료로 탈 수 있어 그나마 갈 데 없는 늙은이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대신 출퇴근 시간은 피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 돈 벌러 다니느라 고단한데도 노인석 쪽으로 와서 앉지 않듯이 우리도 노인석이 다 차 자리가 없어도 젊은 사람 쪽 좌석으로 안 간다”고 말했다.

또 “오늘 공연을 보면서 옛날 일제강점기 때 신사에서 조선말 했다고 두드려 맞던 생각이 났다”며 “요즘 사람들은 나라없던 그 시절 수모를 잘 모른다”면서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김씨는“나라가 힘들어서 요즘은 부모자식지간이라도 부담 주는 언사는 자제하는 분위기다”며 “우리또래도 보면 자식들한테 용돈 타 쓰는 사람 별로 없다”고 말하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어 “전철 공짜로 타는 것도 그렇고, 노령연금 받는 것도 어떤 때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힘든데 우리가 좀 사양하는 미덕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며 “따박따박 받을 때, 솔직히 참 미안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이 씨는 “약삭빠른 사람들은 재산이 많아도 차명으로 돌려서 타먹는 사람도 있다”며 “벤츠타고 와서 옷 갈아입고 타가는 사람도 봤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세모녀 사건처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며 “공무원들이 좀 더 일을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직에 있다가 퇴직하고 나와 할 일이 없으니까 극빈자로 위장해서 환경미화원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정말 없어서 그 일을 해야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한테 밀려서 일을 못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을 많이 봤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행정 보는 사람들은 무조건 발로 뛰어야 한다”며 “탁상에 앉아 하는 행정이 그런 사례를 만들어 아쉽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나라가 어렵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발씩 양보도 하면서 함께 힘을 모아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하고 덧붙였다.

두 어르신은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고 대공연장 건물을 나서서 우산을 펼쳐 쓰시고 다시 빗속을 걸어갔다.

이날 기념식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우에도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광복회원, 기관단체장, 인터넷으로 사전 신청한 시민 등 1천50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홍기후 대한광복회 인천지부장의 기념사와 독립유공 표창, 유정복 시장의 경축사, 광복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독립유공 대통령표창 표창자인 고 계기봉 선생과 고 신화순 선생은 1919년 3월 강화군 및 서울 등 지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여 1만여 명의 군중과 함께 독립만세를 고창하는 등 활동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대리 수상한 자녀 계영옥씨(남동구)는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독립운동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기쁘다”며 수상의 소감을 밝혔으며, 손자 신영환씨( 남동구) 또한 수상의 기쁨을 밝혔다.

이후 경축공연으로 인천시립합창단의 합장 4곡이 이어졌다. 인천시립교향악단과 고석진 모듬북, 서진원 팀파니의 열정적인 북 퍼포먼스가 곁들여져 기념식에 참석한 1천500여명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인천시립합창단은 김종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지휘로 아름다운 나라, 희망가, 내나라내겨레, 아!대한민국(건.곤.감.리)를 합장했다. 모듬북 고석진/팀파니 서진원 ⓒ이연수 기자

한편 기념식이 열린 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는 광복 72주년 무궁화 묘목 나눠주기 행사 및 무궁화 전시회가 열렸으며, 소전시실에서는 큰나무 사진전이 열려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