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희망퇴직한 50대 "미안하다"유서 남기고 자살

▲ 동광기연 조합원 및 금속노조 인천지부는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8개월째 노숙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연수 기자

설 연휴를 3일 앞두고 조합원 62명 전원에게 해고문자를 보내 논란을 빚은 동광기연 50대 희망퇴직자가 추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8일 목숨을 끊은 A(53)씨는 동광기연에서 21년간 일해오다가 지난 해 8월 회사의 희망퇴직 압박에 못견뎌 동료 두 명과 함께 희망퇴직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1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스러워 했다는 것이 밝혀져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8시 10분경에 형과 동생에게 '미안하다.사망'이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지를 확인한 형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집에서 목을 매고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숨진 다음날인 19일 부평세림병원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화장터에서 한줌 재로 오열하는 부모의 품에 안겼다.

A씨는 충남 서산에서 인천에 와 21년간 동광기연에서 근무했다. 그는 한국지엠 물류 최적화 센터에서 파견 근무를 오래해 퇴직 당시까지도 노동조합 소속은 아니었다.

동광기연 노조원으로 현재 힘겨운 '고용승계' 투쟁을 하고 있는 A씨의 동료 이한수(50) 조합원은 "형은 나와 비슷한 처지로 나도 삼형제 중에 둘째이고,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며 "형이 퇴직 후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버텼을 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아 재취업이 어렵고, 특히 '동광기연'에 대한 업계의 평판이 안좋아 더더욱 취업이 힘들다"며 "형이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우울증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례식장에서 형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모두 '남의 일이 아니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며 "그들 역시 지난 1월 해고를 당해 일자리가 없거나 동광기연 하청에 하청 소속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간혹 형과 연락이 되면 형이 퇴직을 너무 일찍한 것 같다는 후회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호소를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윤화심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교육선전부장은 A씨의 희망퇴직 사유에 대해 "2015년부터 회사가 법인분리를 진행했고 궁극적으로 2016년 4월에 1000억원대 자산을 유승훈 사장 존속법인으로 해서 가져가고 100억원대만 동광기연 안산공장 소속으로 해 법인분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깡통이 된 회사에 8월달에 A씨 파견근무지에 김경호사장이 직접 희망퇴직설명회를 하면서 회사가 어렵다, 전망이 없다, 고통분담 같이 하자며 근로자들을 모아놓고 희망퇴직을 강요했고 결국 노사합의서나 고용승계 보장 합의서가 없는 비조합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당시 3명이 희망퇴직서에 서명을 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회사의 경영세습을 위한 수법으로 인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했으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사회적 타살'이다"고 못 박고 "이후 동광기연은 올해 1월, 나머지도 전원 해고해 결국 해고자들은 현재 8개월 넘게 힘겨운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도 사회 부조리와 불법에 맞서 끝까지 싸울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동광기연 노조원 및 금속노조 인천지부는 작전동 SH글로벌 앞에서 동광기연 고용보장 촉구집회를 8개월째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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