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가업승계의 덫, 상속세… ‘가업승계 증여특례제도’ 활용해야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기업인들에게 이 말은 현실적인 경고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에게 상속세는 회사를 지키느냐, 팔아야 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최근 국내에서도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들이 잇달아 매각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 A사, 바이오 종자기업 B사, 밀폐용기 제조사 C사, 가구업체 D사, 그리고 국내 굴지의 인테리어 기업 E사 등이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외부에 매각됐다.
상속세율은 최고 50%에 달하고, 최대주주 주식은 20%의 할증평가가 붙어 실질적으로는 최대 60%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자산이 공장·설비에 묶여 있어 현금 마련이 어렵다.
은행 대출까지 얹혀 상속세를 내려면 회사를 팔거나 대출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전북의 한 유리 제조업체는 상속세와 담보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 ‘가업승계 증여특례제도’라는 새로운 길
그러나 2024년 세법 개정으로 ‘가업승계 증여특례제도’라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경영자가 생전에 자녀에게 회사를 증여할 때 증여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핵심 혜택은 두 가지다.
하나, 세율 감면은 10억 원까지는 면세, 120억 원까지는 10%, 초과분은 20% 저율 과세한다.
둘, 공제 한도는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즉, 60억 원 규모의 비상장 주식을 증여한다고 가정할 때, 일반 증여세로는 약 25억 원이 부과되지만, 특례를 활용하면 약 5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무려 20억 원 이상 절세 효과다.
물론 제도의 자격 요건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가업 요건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자산 5,000억 원 미만)이다.
증여자 요건은 60세 이상, 10년 이상 가업 경영, 최대주주(지분 40% 이상)로 한정한다.
수증자 요건은 18세 이상으로 가업 종사 및 3년 내 대표이사 취임 후 5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증여 후 5년간은 가업 유지, 지분 유지, 업종 변경 금지 등의 의무가 따른다.
이를 위반할 경우 특례가 취소돼 일반 증여세가 추징된다.
■ 절세를 넘어 경영승계 전략으로
가업승계 증여특례는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장치로 오해하면 안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족기업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제도인 까닭이다.
또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충분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중소기업 오너라면, 미리 자녀의 참여를 준비하고 법적 요건을 정비해 제도 활용의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계획된 승계만이 가업을 지키고, 기업의 명맥을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진형 레인보우비즈컨설팅 기업리스크 통합전략가・레인보우에셋 경인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