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조시, ‘동양의 하와이’에서 국제 해양관광 도시로
[중국 산둥성 = 박창우 기자] 기자가 방문한 중국의 남동부 해안, 길게 뻗은 모래사장이 푸른 바다를 감싸 안는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모래 위를 걷는 관광객들의 발자국이 파도에 지워진다.
일조(⽇照)시 완핑커우(萬平口) 해변.
이곳은 이제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칭을 넘어, 중국이 키워가는 국제 해양휴양 도시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 천년의 정박지, 현대의 해양관광지로
완핑커우는 원나라 시절부터 남북을 잇는 상선들이 닻을 내리던 천연석호였다.
이름 그대로 ‘만 척의 배가 무사히 닿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다.
당시엔 강남의 쌀을 북으로 실어 나르던 물류의 요충지였지만, 이제는 맑은 바닷물과 넓은 백사장으로 이름난 관광 명소가 되었다.
현재 완핑커우 해변 풍경구는 국립삼림공원, 일조항, 등대 풍경구와 이어지는 해안벨트의 중심이다.
해양스포츠, 레저, 피트니스, 관광이 결합된 복합 휴양단지로 매년 3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한다.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산과 바다,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매력적”이라며 “한국의 해운대와도 다른, 여유와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 ‘도시의 심장’으로 떠오른 중앙활력구
일조시의 중심부로 향하면 또 다른 변화의 풍경이 펼쳐진다.
일조중앙활력구(CAZ) — 고급 서비스 산업과 문화, 금융, 과학기술 혁신이 결합된 신도시형 복합지구다.
‘세계적 시각, 국제 표준, 일조 특성’을 내세워 조성 중인 이 지역은 육지면적만 42㎢에 이른다.
비즈니스 금융, 본부경제, 과학기술 혁신, 특색 관광, 문화·스포츠, 박람회, 상업·레저, 헬스케어 등 8대 기능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일조시 관계자는 “중앙활력구는 일조의 미래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실험장”이라며 “산업도시에서 문화·서비스 중심 도시로 도약하려는 일조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대외개방의 최전선, 종합보세구
도시 동쪽 끝, 항만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가면 또 다른 ‘열린 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조종합보세구는 2018년 국무원 비준을 받아 조성된 최신형 세관특수감독구역이다.
계획 면적 2.88㎢의 이 구역은 자유무역시험구에 버금가는 개방 정책이 적용되는 곳으로, 물류·무역·가공·투자 서비스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세구는 일조항과 맞닿아 있으며, 일조항은 수심 20미터의 깊은 항로와 84개의 정박지를 갖춘 국가급 대외개방항이다.
이미 40여 개의 국제 항로를 통해 100여 개 국가와 연결된다.
특히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향한 철도 물류망이 구축되어, 매주 두 차례 중앙아시아·유럽행 화물이 출발한다.
보세구는 단순한 무역지대를 넘어 첨단기술 산업 육성의 거점으로도 주목받는다.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 제조, 대량상품 무역·물류 등 3대 주도산업을 중심으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와 공급망 금융, 임대무역 등 신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조시 관계자는 "산과 바다,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일조, 60여㎞에 달하는 천연 해변을 품은 이 도시는 이제 관광과 무역, 기술이 교차하는 복합적 해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며 "바람은 여전히 바다에서 불어오지만, 그 방향은 과거의 피난처에서 미래의 경제항으로, 그리고 세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