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야구의 시발점은 인천, 그러나 영종도엔 유소년 야구장이 없다
대한민국 야구의 시작은 인천이다.
1920년 ‘한용단’을 모태로 한국 야구의 맥이 트였고, 이후 2000년 SK 와이번스, 현재 SSG 랜더스까지, 인천은 한국 야구사의 심장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인천의 대표 신도시인 영종국제도시에는 아직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 단 한 곳도 없다.
영종유소년야구단을 이끄는 배숙현 감독(56)은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출신이다.
그는 9세에서 14세 사이의 어린 선수 30여 명을 지도하며, 인천 야구의 전통을 영종에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연습 환경은 열악하다.
전용 구장이 없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야구장을 빌려 쓰고 있으며, 휴일이나 겨울철, 비 오는 날에는 연습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교회 뒤편 공원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편함 속에서도 선수들의 열정은 꺾이지 않는다.
이 같은 열정은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창단 3년밖에 안 된 영종유소년야구단은 2024년 8월 대한야구위원회가 주최한 전국대회(U12·U11 리그)에 출전해 48개 팀 중 4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앞서 ‘박찬호기 전국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의 강호들과 맞붙어 일군 성적이기에 의미는 더욱 크다.
영종국제도시는 인구 13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약 1만3천 명이 유소년·청소년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탁 트인 영종도의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유소년 전용 야구장 건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6년 7월, 영종구가 분구되면 행정적으로도 독립된 도시로서의 기반이 마련된다.
이 시점에 맞춰 유소년 야구장을 조성한다면 지역 체육 인프라 확충은 물론, 제2의 박찬호·류현진을 꿈꾸는 영종의 어린 선수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한국 야구의 출발점이 인천이라면, 그 미래는 영종도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나호 '영종구총연맹' 주민단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