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시교육청의 특수교육여건 공청회 후기
인천시교육청이 11월 3일 특수교육여건개선 공청회를 진행했다.
인천시교육청은 故 김동욱 선생님 사망 이후 진상조사와 더불어 특수교육여건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공청회는 인천시교육청의 특수교육 여건이 얼마나,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필자도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하여 의견을 피력했고 이 글은 토론 내용보다 공청회에 대한 전반적인 후기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사과와 반성은 없는 공청회?
공청회 장소 입구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특수교사, 학부모 중심으로 피켓 시위가 진행되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7월 말 진상조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진상조사결과서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진상조사위원회는 결과서에 나오는 책임자 5인에 대해서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권고하였으나 인천시교육청은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익감사 청구를 했으나 기각당했고, 이후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또 징계 권고 대상자에 대해서 업무 정지도 없이 자체 감사를 벌이면서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하였고, 행정처분 결과에 대해서 최소한의 정보조차 학교・시민 사회 공유없는 무성의함을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청회에 대해서 학교・시민 사회 구성원의 마음은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고, 교육청 공청회에 대해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라고 일갈하였다.
김동욱 선생님의 사망은 특수교사 법정 정원이 확보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명확히 교육청의 과밀학급 기준 위반과 권위적이고, 무능한 행태 때문이다.
분명한 인재임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특수교육 여건은 개선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공청회에서 도성훈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공무원의 명확한 사과와 반성이 없음은, 공청회를 통해서 학교・시민 사회에 적절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잃었다.
공청회 말미에 한 특수교사는 사과가 먼저고, 책임자 처벌이 먼저임을 분명히 하였고, 사과의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 특수교육팀 누구도 관련하여 명확한 입장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아쉬웠다.
■책임있는 사람은 듣고 있는가?
공청회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널리 듣는 자리다. 함께 자리를 마련하고, 같이 듣는 것이 공청회의 목적이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공청회를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관계자들의 의견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확인한다.
그리고 공청회는 관계자를 통해서 나오는 의견을 토대로 정책을 수정・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공청회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까지 치밀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공청회를 통해서 나오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잘 들었을까? 도성훈 교육감은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고 논란이 된 이용창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김동욱 선생님의 사망은 수십차례 지원의 요청에 무책임하고, 무능하고, 권위적인 지원의 결과다. 교육감과 시의원을 선거를 통해서 선출한 이유는 명확하다. 교육 관료에 포위된 리더는 실제 현실과 분리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선거를 통해서 리더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현실을 기반으로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심판을 받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그런데 공청회 자리에서 왜 교육감, 시의원은 경청하지 않을까?
■공청회는 추모의 자리여야
이번 공청회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발제자 및 토론자가 발표만 하고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현장의 의견이 있고, 이와 관련하여 발제자 및 토론자의 상호 토론이 진행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원에 가까운 의견은 추후 교육청 담당자 답변을 진행하고, 구체적으로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춘 공청회 진행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김동욱 선생님의 죽음이 아니었더라면 특수교육 예산은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고, 인천에서 특수교육 여건개선이라는 이름으로 9대 과제가 채택되지 않았을 것이고, 과밀학급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공청회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의견이 반영될 리 만무했을 것이다. 공청회는 김동욱 선생님을 기억하는 자리여야 했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여야 했고, 최소한 그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는 시간이어야 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산 자의 몫이다. 우리가 서있는 곳의 현실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를 단단히 동여메야 한다.
공청회는 마무리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과밀학급이 상당수 줄어드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필자는 인천시교육청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과제는 산적하다.
잘 했으니 칭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당장은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책임자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 인천시교육청의 특수교육 여건 개선의 노력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다음은 산적한 과제와 함께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할 일은 많고, 이해관계는 복잡해졌다. 그만큼 교육청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공청회는 1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더 많은 공청회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공청회였다. /=김광백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