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응급환자'가 새벽마다 섬을 빠져나가는 현실… 정치권의 노력, 이제는 ‘완성형’이 필요하다

2025-11-17     편집부
이시현 한국관광문화예술협회장.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새벽 2시, 한 주민이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와 얼굴에 피를 흘린 채 병원을 찾았지만 즉각적인 처치를 받지 못하고 결국 섬 밖 병원으로 실려 나간 사건은 지역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응급실 문을 두드려도 “환자 상태를 보지 않고 119를 부르라”는 안내만 돌아왔다는 보호자의 증언은, 영종도가 얼마나 깊은 응급의료 공백 속에 놓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골든타임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영종도에는 약 13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지만, 중증 외상이나 심정지 같은 위급 환자를 즉시 처리할 수 있는 24시간 응급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병원은 존재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응급의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결국 주민들은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이 ‘어떤 병원으로 가는가’가 아니라 ‘섬을 빠져나갈 수 있는가’가 된다.

이 현실은 대도시 인천의 한 지역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낡아 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 정치인 등이 수차례 의료 인프라 개선 논의를 이어왔고, 관련 예산과 부지, 병원 유치 가능성 등을 검토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노력은 보이지만 속도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응급환자를 살리는 건 계획이 아니라 병상이며, 회의가 아니라 가동되는 응급실이다.

이번 사건은 영종도 응급의료 문제를 다시 정치적 수면 위로 끌어올렸지만, 정작 지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또 선거철이라 그런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의료 인프라 확충은 매번 공약의 중심에 서지만, 주민들은 이제 공약보다 실전을 원한다.

말의 무게는 가벼워졌고, 실행만이 신뢰를 만든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종도는 공항을 끼고 하루 수십만 명이 오가는 지역이고, 관광객·근로자·거주민이 섞여 있다.

이 지역에 응급센터가 없다는 사실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와 같다.

이번 새벽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 무겁다.

이제 필요한 건 ‘조만간’이라는 말이 아니다. 주민들은 더 이상 논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응급센터는 언제 생기느냐”는 질문은 단지 의료 시설 설치 일정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 자체를 묻는 질문이다.

정치권의 노력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그 노력이 ‘완성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응급환자가 새벽마다 섬을 빠져나가야 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지, 그 대답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 

영종도 주민들은 새로운 약속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작동하는 응급의료 체계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