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아닌 근로자'의 비극,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2025-12-29     편집부
강양규 넥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 인천뉴스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시대, ‘근로자 아닌 근로자’라 불리는 이들이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배달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플랫폼 운전기사 등은 외형상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의 형태와 시간, 수입이 플랫폼과 기업의 지시에 의해 좌우되는 ‘종속적 자영업자’에 가깝다. 이들은 일감을 제공받는 구조 속에서 사실상 임금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서도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 아래 제한적 보호만 가능하다.

통계가 참혹한 현실을 말해준다. 2025년 산업재해 사망자 5명 중 1명이 특수고용 노동자다. 퀵서비스 기사의 재해율은 5.78%, 화물차주 2.94%, 택배기사 1.22%로 전 산업 평균을 훨씬 웃돈다. 올해 상반기(1~6월) 산업재해(산재) 사상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배달의민족의 물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로 집계됐다. 2위는 쿠팡이츠로 나타났는데 우아한청년들은 건설업·제조업 등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분야의 기업들을 제치고 4년 연속 산재 발생 1위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독립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플랫폼 기업의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쿠팡의 '시간제한 미션', 배달업체들의 과도한 배달량 요구는 이들을 '빨리빨리' 문화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신호를 지킬 시간도, 안전을 챙길 여유도 없다.

산재보험 적용도 구멍투성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4개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이 적용되지만, '전속성' 요건이 발목을 잡는다. 생계를 위해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면 전속성을 인정받지 못해 산재보험 적용에서 배제된다. 한곳에서만 일하기엔 수입이 부족하고, 여러 곳에서 일하면 보호받지 못하는 딜레마에 갇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사망사고에 대한 중대재해 조사는 전무하다. 플랫폼 기업들은 '고용관계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은 위험한 일터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해결의 첫걸음은 ‘노동자 개념’의 재정의다.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전통적인 사용종속관계 개념을 넘어 경제적 종속성, 플랫폼의 알고리즘 통제력 등을 고려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산재보험 적용에서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모든 플랫폼 노동에 대해 포괄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보험료는 각 플랫폼이 업무량에 비례해 분담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플랫폼 기업의 안전보건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 책임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 과도한 배달량 할당, 시간 압박, 불합리한 평가 시스템 등 산재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들에게 실효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산재 발생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플랫폼 기업에 노동자의 사고 발생 현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부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배달과 택배는 이제 우리 삶의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편리함을 누리는 우리 뒤에는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근로자 아닌 근로자'로 남아 있는 한, 우리 사회의 노동 존중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