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피해, 4대강 때문 vs 아니다

4대강 공사 해석 이렇게 다를 수가

2011-08-01     박주현

[# 장면 하나]

"영산강 홍수에 더 강해졌다"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위험 줄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 예방효과 탁월"
"4대강 공구·구제역 매몰지 비 피해 없어"

[# 장면 둘]

"영산강 사업 홍수피해 가중"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 키워"
"4대강 공사 탓에 농사 망쳤다"
"4대강 공사현장, 지류 지천 피해 심각"

비 피해 보도가 연일 폭우처럼 쏟아졌다. 거의 한달 동안 지칠 줄 모르고 내리는 굵은 빗줄기처럼 지면과 영상을 가득 차지했다. 그런데 폭우피해 관련 기사들을 보면 어느 게 현실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다. 두 장면으로 나뉜 뉴스는 뉴스 수용자들을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과 지면에 묻어난 큼지막한 활자와 이미지들 사이에는 '진실'과 '거짓'으로 나뉘어 뉴스 수용자들로 하여금 연일 진위를 가려낼 줄 아는 능력 테스트를 경쟁적으로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사안이라도 해석과 서사 구조가 제각각 다르다. 기사의 제목들에서 묻어난다. 기호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언론이 지니고 있는 시각과, 지향점, 서사들, 담론 및 이데올로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다양성"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의 보도태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맥락은 다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대형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과 호우피해를 다루는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에선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즉 두 무늬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분법적 보도 태도로 극명하게 갈린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굳이 기호학적으로 분류하자면, 다양성의 지체 또는 정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기습적인 폭우와 그로 인한 피해상황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에서 나타난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의하는 메시지, 서사구조의 전후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의도 내지는 압력 등이 숨겨 있음이 읽힌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처럼 극명하게 두 부류로 갈릴 수는 없다.

언론은 지금,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일까, 아닐까?' 또는 '홍수피해가 4대강 사업 때문일까, 아닐까?'란 두 프레임에 갇혀 두 가지 답을 내놓으며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답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던져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거대한 혈세를 퍼 부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지구 주변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폭우는 서울경기와 영서, 충청, 호남, 영남 등 전 지역에 쏟아져 그 피해도 컸다. 곳곳에서 산사태와 주택·도로·농경지침수 등으로 인명·재산피해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홍수피해를 보도하는 언론사들 사이에선 그 원인을 놓고 두 부류로 나뉘었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컸던 같은 지역의 언론사들 사이에서도 원인에 대한 규명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가 하면, 접근과 해석의 방법, 그 결과에서도 다르게 나타나 시선을 끈다.

[대전충청] "4대강 홍수예방 탁월"-"침수피해 4대강 탓"

최석범 수자원개발기술사가 4대강의 진실을 파헤쳐 고발한 <4대강 X파일(호미 출판사)> 책 표지.
ⓒ 호미
4대강 엑스파일
언론의 두 얼굴 보도가 시청자와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사이에 30년간 수자원 전문가로 활동해 온 최석범 수자원개발기술사가 4대강의 진실을 파헤쳐 고발하고 주장한 책 <4대강 X파일(호미 출판사)>을 펴내 주목을 끈다. 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정부가 부족한 물을 확보하고 홍수피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4대강에 거대한 보 16개를 연달아 세워서 가뭄과 홍수대책에 쓰겠다는 정부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임을 밝혀 보이겠다. 보는 수위를 높이는 시설이지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 아니다. 따라서 가뭄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 또 보는 댐하고 달라서 홍수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갈수기에 꺼내 쓰는 유량조절 기능이 없다"

1981년부터 한강종합개발과 한탕강 하천정비, 진주 남강댐, 평화의 댐, 횡성댐, 태백 광동댐 등의 타당성 조사와 설계·감리에 참여했고 하천 및 댐들의 환경영향평가 등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그는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일까?'란 물음에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

"진정으로 홍수피해를 막으려면, 지방2급 하천 및 소하천부터 정비해야 하고, 하천 정비(개수)율이 가장 낮은 강원도 산간 지역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4대강 본류 강바닥을 파내고, 제방을 보강하고, 보를 세우고 있다. 정작 수해 피해가 잦은 곳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해도 적고 대책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4대강 본류를 우선해서 보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뉴스 수용자들은 언론이 생산․유통시킨 기사들을 통해 자신의 주변을 이해하고,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알게 되며, 세상과 소통하게 되고, 나아가 이들과의 관계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게 된다. 이른바 '뉴스의 현실 구성' 기능에 의해 뉴스 수용자들은 현실과 세상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데 뉴스가 정확하지 않거나 편향된 채 생산, 유통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거짓을 진실처럼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