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교수

▲ 양준호(인천대 교수, 경제학)

인천만 그런 걸까? 유독 인천에서는 보수 정당이건 개혁 또는 리버럴 정당이건 그 지역경제 정책의 기조 차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실, 경제정책이란 정치세력 간의 이념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인데도 말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위해 그간 인천의 시장 후보나 구청장 후보들이 내놓았던 공약들을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보수정당의 시장 후보는 도시의 양적 확대 즉 토목공사형 대규모 ‘개발’을 곧잘 공약으로 내놓는 반면에, 개혁 또는 리버럴 정당의 경우 도시의 질적 확대 즉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선호한다. 이는 국내 주요 도시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간 사회적경제, 기본소득, 보편적 복지, 창조문화도시 등을 지향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여 온 정책 행보를 보면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우리 인천은 보수니 개혁이니 할 것 없이 그들의 지역경제 정책의 키워드는 대규모 개발,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등에 맞춰져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인천의 더불어민주당이 또 그 후보들이 그간 내놓았던 지역경제 관련 정책 공약을 보면, 개혁 세력다운 바꿔 말해 진보적이거나 서민 중심적인 정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예를 들어, 2014년 지방선거 때 지역경제 정책의 기조가 더 진보적으로 기울어져야 마땅한, 지역 진보정당과의 연대 즉 ‘야권 연대’까지 해대며 추대된 인천시장 후보의 경제정책을 보면, 20조원 투자 유치를 통해 30만개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 보이겠다고 했다. 표가 표인지라, 답답한 선거 국면 하에서는 개혁 또는 리버럴 정당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공약이다. 그러나 그 공약에는 과연 어떠한 투자를 유치해야만 지역의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개혁적 정치세력다운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지역경제 살려보겠다는 ‘통 큰(?)’ 슬로건은 원래 보수정당이 입만 열면 떠들어대는 공약 아닌가? 그런 공약을 내놓은 것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똥줄 타는’ 선거 국면에서 밑천이 달리면 이놈 저놈 가리지 못 하게 되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명색이 개혁을 표방하는 정당의 시장 후보가 그런 낡고 진부한 공약을 어쩔 수 없이 내놓는다 할지라도, 그 접근 방법론 정도는 보수정당과 분명히 차별화했어야 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 대상 기업이 과연 모회사인지 자회사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이 정책에 접근하지 않으면, 유치 기업이라는 이유로 인천에서 ‘상전 대접’ 받으며 벌어들인 돈을 지적재산권 사용료 등의 명분으로 그들 모회사로 고스란히 이전함으로써 인천 지역에 재투자를 하거나 인천 사람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돈도 또 권한도 없는 외부 자회사들만 인천의 혈세를 좀먹게 된다. 일본 오키나와가 금융자유특별구역을 만들어 국내외 금융기관 유치에 목숨을 걸었으나 정작 지역경제에 낙수효과를 일으킬만한 주체는 입주하지 않고 백오피스와 같은 그 자회사들만 유치되어 결국 아무런 고용 효과도 내지 못 한 점은 유념해야 할 역사이다. 

지역 내에서 ‘개혁’ 또는 ‘진보’를 내걸었던 정치세력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으니, 보수정당 시정부이건 개혁정당 시정부이건 외국자본과 외투기업 유치를 골자로 하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겠는가. 이 점을 고려하면, 인천의 양 정치그룹 간에서는 이념의 차이에 따른 정책적 단절성은커녕 강한 연속성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중요한 것은 이런 괴기한(?) 정책 양상으로 인해 시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딱 깨놓고 묻는다. 인천 더불어민주당은 실패한 보수, 수구정당의 정책 공약을 그대로 베껴 그들과 똑 같은 실패를 맛보고 싶은가? 아니면 지금까지 집권한 인천시장들의 경제정책 기조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보다 ‘혁신적인(radical)’ 정책으로 시민의 행복을 근본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고 싶은가? 후자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우리 인천에 뿌리 박혀 있는, 외국자본 또는 외국기업 유치만이 지역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간주하는 패러다임 즉 ‘투자유치 만능론’을 걷어차라. ‘야권 연대’로 당선된 시장마저 속박되어 있던 그 지긋지긋한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 우리 인천 지역에 투자하고 또 우리 인천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그리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역 내부의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한 언론매체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인천에는 그 도시 규모에 비해 국내 상장기업이 턱없이 적다. 전국 상장기업의 4%도 안 된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이들의 재무적 취약성 때문이다. ‘투자유치’, ‘경제자유구역’ 운운하며 우리 지역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국내외 기업과 자본을 우대하는 것보다 지역 기업에 대한 공공적 차원의 금융지원 등을 확충하여 이들이 지역 내부의 타 기업으로부터 원재료나 부품을 조달하는 지역 내 재투자, 지역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이들의 상장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2014년에 인천 개혁 정당의 공약이 허무맹랑하게 제시한 일자리 수를 크게 늘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 내 재투자 능력과 의욕을 가진 지역기업들에 대한 다각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이들의 상장을 유도하면 인천 기업들의 신인도와 재무건전성도 높아지면서 우량기업이 되고, 또 이로 인해 지역의 인재들도 유출되지 않으며 동시에 결국 지자체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부채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인천의 경우, 이와 같은, 지역 외부가 아니라 지역 내부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시 재정 건전화를 위한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또 이는 우리 인천의 지역기업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을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 안에서 찾는, 즉 ‘지역 내발적(Endogenous) 발전’으로의 정책 기조 전환은 ‘개혁’을 운운하는 지역 정치그룹에게 있어 필수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현 시정부에 대한 엄격한 심판은 필요하다. 아니 지금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다해 꼼꼼하고 날카롭게 심판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천의 개혁(?) 정당에게 있어서, 현 시정부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함께 과거 자신의 정당이 집권했던 시정부의 정책적 문제의식에 대한 진지하고 구체적인 반성 역시 필요하다.

 ‘후자’와 같은 집단적 노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인천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지역 수구 보수정당과 그간 금실 좋게(?) 유지해오던 그 지긋지긋한 정책적 연속성을 타파할 수 있다. 이러한 뼈아픈 ‘혁신’이야말로, 도시 인천의 생명력을 늘이는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인천 시민이 원하는 바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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