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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치 혀에 휘둘리는 세상 경계하는 박하리 시인

길 위에 널린 말들

 

말들이 집을 짓고 길을 만든다.

말들이 나무를 심고 새를 키운다.

말들은 토담이 되고 토담 속의 동화가 되고 동화 속의 별이 된다.

혀끝에 뱅뱅 돌아 나오는 말들은 구름이 되어 비를 내리기도 하고,

혀끝을 바람처럼 벗어난 말들은 낙엽 되어 구르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말들은 귓볼을 스쳐가는 바람이다.

잔잔한 술잔 속의 태풍이다.

말들은 토담 속의 아름다운 꿈이다.

고요한 꿈속의 한바탕 회오리다.

말들이 흔들린다.

사람들이 흔들린다.

풀잎처럼 세상이 흔들린다.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흔들리다가 휘돌다가 꽃잎처럼 밟혀 사라진다.

-박하리 시집『말이 퍼올리는 말』중에서

 

▲박하리 시인

2012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말이 퍼올리는 말󰡕.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편집장.

 

 

 

감상

말은 세 치 혀의 힘자랑이다. 그 사람의 지식과도 무관하고, 그 사람의 덕목과도 무관하다. 혀의 날카로움은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에 오래오래 박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말들은 발길에 차이는 데로 이리저리 떠돌다가, 아무렇게나 혀에서 입으로 귀로 옮겨져 좋은 말은 없어지고 더욱 날카롭게 변질된다.

사람은 누구나 오해가 될 만한 일을 저지른다. 특히 뜻하지 않은 실수에는 당사자도 당황하여 바로 사과를 하지 못하고 난처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에 대하여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렇게 살다간 욕먹는다느니, 그렇게 살지 마라느니 언성을 높이거나 그간의 일까지 모두 드러내어 질책하기에 바쁘다.

조금 씩 배려하고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나면 안 될까. 사람에 대해, 말에 대해 다시금 그 중요성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입은 무겁게 지갑은 자주자주 열어서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경험이 많은 선배일수록,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조금은 곁을 비워두고, 틈을 내어주며, 어깨를 내어주면 좋겠다. 누군가의 실수는, 잘 알아보고 잘 말해주어야 오해도 없고, 오래도록 상처도 남지 않는다. 말들의 흔들림으로 인해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정령(시인)

장종권  myhanban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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