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초록

 

미처 다 피우지 못한 어수선한 조증의 꽃 덜어진 밑자리를

서성이다가, 되돌릴 과거는 기억조차 가뭇한 데 벼락처럼 솟은 절벽을 마주하고 울증에 빠진,

 

조증의 시간 오래도록 지켜낼 꿈을 꾸며 동면에든 뱀처럼 침묵으로 견디다가, 어느 새벽 잠결인 듯 꿈결인 듯 절벽에서 내동댕이쳐져 멍투성이로 사라진,

 

슬렁슬렁 웃으며 푸른 핏줄 불끈 세우며, 우우우 이 오월의 숲에서 초록의 함성 떼로 내지르며 다시 일어서는,

 

사내, 한 사내, 한, 꿈의 사내.

 -남태식 시집『망상가들의 마을』중에서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외, 리토피아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감상

삶은 아프다. 온통, 몸마저 진저리쳐지도록 조증에 걸려 웃다가 울증에 빠져 나락으로 빠졌다가, 어느 순간 떠올라 잠잠해져 나뒹굴고 나자빠지고 내동댕이쳐지기 일쑤다. 그러다가 활짝 핀 꽃처럼 한 순간 머물러 어느 한 때를 흘려보내고 꿈을 꾸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가정을 꾸리고 사오십을 넘기면 조증에도 걸렸다가 울증에도 빠졌다가 나이마저 우울한 통증에 매달려 심산유곡을 헤매게 된다. 그 때 쯤, 이게 인생인가보다, 삶인가 보다, 느끼는 때가 온다. 마치 꽃 진 자리에 초록 잎을 피우는 오월이 오듯이 푸르게 온다. 그래서 삶은 진저리나게 아프기도 한 것이다.

 

오월의 함성이 푸르게 소리를 지를 때는 삶마저도 웃자고 견디자고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쳐보자. 자연이 이리도 아프고 저리게 푸르른 것을 보면, 삶은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 것인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어느 한 가지도 쉽게 초록 잎을 피우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삶은 희망이 된다. 그 속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 속에서 피는 꽃들의 빛깔을 보면 저마다의 삶도 그러했을 것이다. 오늘은 특히 더 초록의 함성을 떼로 내지르며 일어서는 들판으로 산으로 달려가 보아야겠다. 아프고 저린 만큼 초록의 함성으로 내질러보자. 희망의 새 잎이 돋아날 수 있도록./정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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