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오시는 분들 중에 한약 먹으면 살찐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한약은 절대 안 먹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언제부터 이런 얘기들이 나왔는지 확실치는 않다.

예전에는 비만이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사실 어느 정도 몸집이 있어야 더 건강하고 멋져 보인다는 인식이 있었으니 그리 오래전부터 있던 얘기는 아닐 듯싶다

추측하건데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비만이 증가하면서 그 중의 일부 원인으로 한약을 먹어서 그렇다는 오해가 쌓인 듯하다.

한약 자체를 보면 칼로리가 절대 높지 않다.

나무뿌리와 풀뿌리가 대부분인 한약재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비만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을 먹고 살이 찔 가능성은 있다.

보통 한의사들이 처방을 할 때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소화계와 관련된 부분이다. 치료약을 아무리 잘 처방해도 환자의 소화력이 떨어지면 약의 효과가 줄어들 뿐 아니라, 약 먹고 소화가 안 돼서 더부룩하기만 하다는 호소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한약 처방 시 소화를 잘 되게 하는 기본 처방을 깔고 치료 약재들을 가미하거나, 혹은 치료 약재를 처방하고 거기에 소화를 도와주는 약재를 가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환자들이 한약을 복용하게 되면, 대개는 소화기가 튼튼해지게 되고, 튼튼해진 소화력으로 입맛이 돌아오고,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식습관이 이어지다보면 살이 찔 수는 있다.

하지만 한약 자체로 살이 쪘다기보다 늘어난 식사량으로 살이 찐 것이다.

그렇다고 이 처방에 입맛을 떨어뜨리는 약재를 가미한다면 이도 저도 아닌 요상한 처방이 되어버리고 만다.

한약을 먹고 밥맛이 좋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는 식사량을 더 늘리지 말고, 평소 식사량만큼만 그대로 식사를 한다면, 체중은 늘지 않으면서 약 처방의 기대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면, 한약을 복용하고 밥맛이 좋아졌다면 이는 한탄할 것이 아니라, 몸이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기뻐해야할 호전 반응 중의 하나임을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신원수 세인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한의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