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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면초가(四面楚歌)' 트럼프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기원전 202년 12월 해하(안후이성 링비현)에서 항우와 유방이 마지막 결전을 위해 만났다. 항우는 10만 병력을 이끌고, 유방의 30만 대군과 마주했다. 아끼던 장수 범증마저 떠나고 한신에게 포위당한 항우에게 어디선가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오랜 전투에 지친 초나라 병사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애절한 곡조에 항우의 마음도 흔들렸다. 투항한 초나라 군사들에게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해서 항우 진영의 사기를 꺾으려던 유방의 계책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항우는 초나라를 빼앗긴 것으로 생각해 마지막 주연을 베푼 뒤 오강으로 가서 자결한다. 사랑하던 여인 우희를 먼저 보내고 항우 자신도 자결하려는 그 순간 그가 부른 시가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로 시작되는 '해하가'이다. 경극과 영화로도 유명한 '패왕별희(覇王別姬)'는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 사랑과 이별을 담고 있다. 고립무원의 상태를 이르는 '사면초가'라는 고사성어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항우가 그랬던 것 처럼 스스로가 자초한 곤경이다. 트럼프가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는 초패왕 항우의 말로와 다를 바가 없는 뼈아픈 패배에 직면할 것이다.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의 재선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도 그의 승리를 예측했고, 정치전문가들도 트럼프의 재선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트럼프가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잘못된 전략을 선택해 스탭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과 연대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하는 '모범답안' 대신 중국 을 공격하고 WHO와 관계를 단절하는 악수를 두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는 급속히 확산되고,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그를 더욱더 곤궁한 처지로 내몰았다.

그는 백인 경찰의 반인권적인 행위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를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겠다는 망언을 해 합리적인 보수진영의 반발을 샀다.

급기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공화당 원로들도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범증을 내치고 홀로 남은 항우의 꼴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위험신호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탈 조짐이다. 공화당 등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일 실시된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를 보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4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자기 진영에서 조차 긍정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휩쓸었던 6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가 위태롭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분석업체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최근 6개 경합주의 평균 지지율을 집계한 결과,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에서 트럼프를 4.2% 포인트로 눌렀고,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3.3~3.4%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우선 대선이 5개월 정도 남아있다는 것이 그에겐 위안이 될 것 같다. 이 기간동안 미국식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중국과 협력관계로 되돌아가 코로나19를 조기에 극복한다면 그의 재선가도는 다시 파란불이 켜질 것이다.

20세기 이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지미 카터와 조지 부시 시니어 등 2명뿐이다. 그만큼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이 미국의 재선거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정치적 매력이 없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실수를 연발하고, 공화당 진영이 분열하고 있는 데도 바이든 후보가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는 것은 그의 선거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오는 11월 트럼프가 승리의 노래를 부를지, 아니면 초패왕 항우 처럼 회한의 노래를 부를지 두고 볼 일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인천뉴스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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