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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15 선언' 20주년, 남북관계 최악으로 치닫나?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미국과 한국의 태도에 실망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분노는 결국 남북대화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가 같은 해 9월 14일 설치한 상설 대화기구이다. 비록 기대한 만큼의 기능을 하지는 못했지만 남북대화에 대한 남북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설이었다. 북한이 이를 폐쇄하지 않고 아예 폭파해버린 것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인 동시에 남북관계를 '벼랑끝'까지 몰고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인 행동의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 당사국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또한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 미중 갈등 등으로 북한 이슈가 가려져 북한 당국을 초조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최근 남한에서 벌어진 비신사적인 대북 적대행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들이 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망설을 공공연히 유포하고, 일부 과격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 최고지도부를 모욕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북한으로서는 '울고 싶은 데 뺨까지 맞은 격'이다. '김정은 사망설 유포'나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극소수 과격 탈북민들이 남북화해의 걸림돌인 동시에 남북대결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백명에 불과한 과격 탈북민 세력이 8천만 한민족의 운명을 뒤흔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제에 과격 탈북민 세력의 위법행위를 철저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민족의 운명을 놓고 불장난을 해서는 않된다.

셋째, '빈손 귀국'의 후유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 또한 하노이로 싱가포르로 트럼프를 만나러 갔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제안해 파격적인 모습으로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귀국길은 언제나 빈손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그의 손에 선물을 쥐어주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잔치에 다녀왔는 데 배고픈 자식들에게 줄 것이 없는 부모'와 같은 입장이 된 것이다.

넷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성이다. 김여정은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을 주관하면서 사실상의 2인자로 떠올랐다. '백두혈통'에 리더십까지 겸비한 김여정이 군부를 장악할 수 있도록 이번 사안을 맡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북한 최고지도부는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대북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가고, 판문점에도 나타났다. 그런데 제제완화와 대북지원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으니 무력시위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북한은 절박한 심정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다. 만약 전면적인 대결을 의도했다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곧바로 나갔을 것이다. 북한이 6.15 선언을 의식해 이날을 피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를 폭파한 것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남한당국이 김대중 전 대통령 처럼 '통큰 지원'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풀어내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북한은 남북관계의 전면에 군부를 다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 군 총참모부는 17일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들과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무장지대 민경 초소 전개와 서남해상 포병부대 증강,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전방위 군사적 압박을 예고했다.

이는 북한이 다시 군부를 앞세우는 대결국면으로 회귀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시대가 가고 무력대결의 긴장이 다시 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성과없는 대화에 불만을 품은 군부를 내세워 '벼랑끝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의 반응이 부정적일 경우, 북한은 다음 단계로 미사일 실험발사 및 국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핵실험은 중국도 반대하는 만큼 최후의 카드로 남겨둘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와의 담판을 원하지만 이제 '백지수표 대화' 대신 '현찰 대화'를 원할 것이다. 실패한 톱다운 방식 보다는 주고 받기가 명확한 보텀업 방식의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비록 충격적이긴 하지만 북한 특유의 대화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지리하고 비생산적인 대화를 끝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자는 강한 의사표현일 수 있다. 다만 한국 정부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의도와 달리 맞대결 정책을 선택한다면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위험속으로 내몰릴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혜와 용기가 절실히 생각나는 시국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인천뉴스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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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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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수 2020-06-18 09:32:46

    혜안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말만 무성하고 합의 실천을 안하는
    정부가 한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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