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수 한의학 박사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다.
 비만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비만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지만, 의외로 너무 말라서 혹은 살이 찌지 않아서 고민인 분들도 상당수 있는 듯 하다. 실제로 한의원에 오신 분들 중에 살찌는 한약도 있느냐는 문의를 종종 하시곤 한다.

 비만인 분들에게는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것이 행복한 고민으로 들리겠지만, 너무 말라서 고민인 분들은 마른 몸매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살이 안 찌는 분들 중에 우선적으로 살펴 볼 것은 당뇨나 암,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한다.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왜 살이 안 찌는지 그 원인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체적으로 살이 안찌는 사람은 소화흡수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많이 먹기도 어렵지만 살찌기 위해 일부러 많이 먹는다고 다 흡수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소화 장애를 일으켜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살이 찐다고 고칼로리 음식을 과량 섭취하게 되면, 배만 볼록 나오는 마른 비만이 오기도 한다.

 예민한 성격을 갖고 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살이 찌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와 소화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려상비(思慮傷脾)라고 하여 고민과 스트레스는 비장(脾臟)을 상하게 한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입맛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살을 찌우기 위해 소화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약재를 처방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처방을 단기간 복용한다고 하여 살이 갑자기 찌는 것은 아니다.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한약 복용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적당한 운동도 살이 찌는 데는 필수 요소이다. 특히 근력운동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몸의 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소화기능을 좋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살이 찌고 싶다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살이 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 왜 살이 찌지 않는가 고민하는 것도 살이 안 찌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마른 사람이 살이 찌는 데는 빼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조급해 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신원수 세인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한의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