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배롱나무꽃이 까르르(리토피아)를 냈다.

2014년 계간 리토피아를 통해 늦깎이로 등단하여 2016년 첫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를 출간한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등단 이전에도 30년 동안을 지역문학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전형적인 향토문인이었다.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그의 성스러운 시적 성찰은 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매혹의 포인트이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웠다. 배롱나무꽃과 눈이 마주친 순간 설렜다.’라고 적어 생명에 대한 신선한 감동이 그의 작품의 핵심임을 암시하고 있다. 

백인덕 시인은 해설에서 허문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시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용솟음치며 서로를 뒤덮으려 싸우던 두 지향의 잠재적 화해와 균등한 병치를 통한 일시적 세워둠’이라고 평가했다.

언젠가는 허약한 쪽이 먼저 주저앉을 것이지만 그때까지 그의 긍정적인 시적 견해는 모든 것에 대한 평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현재 계간 아라문학의 부주간직을 맡고 있으며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봄꽃

 

부인은 소아마비 몽당발이라

신발 한 번 제대로 신어보지 못하고,

남편은 경직형 뇌성마비라

온몸을 비틀어 짜내야 한마디 하는,

시장 근처에서 뻥튀기하며 살아가는 부부

 

늦은 점심 먹다 무슨 좋은 일 있는지 자지러진다.

얼굴을 하늘로 바짝 추켜세우고 활짝 자지러진다.

 

내가 쳐다보자 금방 시들었다.

 

늦가을 감나무

감나무가 가지를 깨끗이 닦아 놓았다.

햇살을 독차지하려고 펄럭였던 이파리들

얼룩이었다고 늦가을 깨끗이 닦아 놓았다.

억척으로 살 때는 몰랐다.

억척으로 살 때는 다 그런 거야.

산다는 게 다 똑같지, 죄 안 짓고 살 수 있어.

그 얼룩

깨끗이 닦아 놓으면 보이는 것이 있다.

뒤란 장독대 옆에 서 있든, 개울 넘어 밭둑에 서 있든

어디서 봐도 허공에 핏줄이 흐른다.

얼룩을 닦다 보면

오래된 얼룩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얼룩을 닦고 나면 맑은 물로 헹궈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닦아도 닦아도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감나무는 올해도

살다 보면 다 그런 거라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다 들통 난 자리

까치밥 서너 개만 남겨 놓고 깨끗이 닦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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