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조 바이든이 마침내 선거인단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서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이 선거에 불복하고 일부 경합주 선거에 대해 소송전을 벌여 대법원까지 끌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판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대선은 '미국식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의 실패였다. 폭력이 수반된 선거 과정은 물론 당선인 확정이 지연되는 대혼란은 정치 후진국에서 보여지는 현상과 다를 바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록 바이든이 이기긴 했으나, 그는 '반쪽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후 다시 통합되는 모습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미국은 선거후에도 '분열된 미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것은 미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 구조의 확산과 인종 갈등 등 사회적 균열이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된 때문이다.

미국은 이제 더이상 '민주주의 선진국'이 아니다. 세계는 폭력과 분열로 얼룩진 이번 미국 대선을 지겨보면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와 리더십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다.

트럼프 시대는 분열과 증오의 시대였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길등과 대립을 부추겼다. 중국을 가상적으로 규정해 전방위적인 갈등전선을 구축했고,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흔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위기에서도 다자주의와 국제협력 대신 일방주의와 국제갈등을 선택했다.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50여년간 정치를 해온 그는 전통적인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동맹주의자'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을 포함한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 회복과 연대를 통해 중국에 대해 정치와 통상, 군사분야 등에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욕설과 협박의 '레토릭 국제정치'를 한 것과 달리 바이든은 제도적인 압박을 추구하는 '시스템 국제정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한미 동맹'을 축으로 실무협상을 통해 최종담판으로 나아가는 '바텀업 방식(Bottom-up)'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제한적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트럼프는 실패한 백인들의 분노를 이용해 집권한 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전방위적인 갈등을 벌이면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국제사회 불안정과 갈등을 초래했고, 국제적인 코로나19 방역실패의 핵심원인이 되었다.

이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트럼프 시대가 남긴 국내외적인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고, '신국제협력'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갈등을 끝내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두 강대국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중 갈등의 정상화와 미중의 협력이 국제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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