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하신 대상자들에게 아버지 숨결 느껴...

   
조윤순 씨 <2006 ⓒ이건학기자>

“보훈대상자들에게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그들에게서 아버지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어요.”

국가유공자 자녀로 현재는 인천보훈지청에서 국가유공자 보훈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조윤순(44) 씨는 1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지금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조 씨의 아버지 故 조구장씨는 육군 중사 출신으로 1958년 부상을 입어 국가유공자 전상군경 3급 판정을 받았다.

가장인 아버지가 부상을 입게 되자 집안형편이 다소 어렵게 된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조 씨의 아버지는 언제나 ‘사람은 돈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니다. 항상 남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선행을 하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 덕인지 현재 조 씨는 보훈도우미로 활동하고 있고, 조 씨의 동생 역시 보훈청에서 일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 집안 분위기는 1세대를 뛰어넘어 조 씨의 큰 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큰 딸 김지현(20) 양은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했는데도 불구하고 방학을 맞아 혈액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닌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아버지와 주변 분들을 보며 자랐어요. 그들이 가진 어려움과 고통, 삶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 씨는 올 3월부터 시범사업 운영 중인 ‘보훈도우미’ 일을 위해 그 전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지난해 6월경 보훈청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봉사사업을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다 그 해 11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8일 오전에도 조 씨는 보훈도우미 활동을 위해 임도환(85)-배현정(78) 노부부 집을 방문했다. 임-배 부부는 순직군경 유족으로 30년 전 아들이 근무 중 사망했다.

현재 임 할아버지는 전립선과 고혈압, 당뇨로, 배 할머니는 관절염과 고혈압으로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보건소에서 의약품을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할머니의 관절염은 4년 전부터 지팡이 없이는 잘 걷지도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그런 그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조 씨는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것이다.

   
보훈도우미는 혈압과 당뇨 측정 등 간단한 의료진단 교육도 함께 받는다. 측정 도구는 방문시 항시 휴대한다. 보훈도우미 조윤순씨가 8일 오전 임도환-배현정 노부부 집에 방문해 가사서비스를 마치고 배 할머니의 혈압을 측정해 주고 있다. <2006 ⓒ이건학기자>
“관절염 때문에 집안일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지. 도우미가 오기 전까지는 집안 꼴이 말도 아니었어. 막내 딸 같은 우리 도우미가 와주니깐 말벗도 하고 집안 일도 해주고 심부름도 대신 해주니 너무 반갑고 너무 고맙지.”

보훈도우미는 말벗이나 가사서비스, 심부름 대행부터 간병, 목욕보조, 병원동행 등의 일까지 수행하고 있다. 노환이나 중풍,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가유공자나 유족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이다.

“저 역시 힘들고 어려운 유공자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정말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그들의 모습과 삶에서 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곤 하지요. 이제는 정이 많이 들어 그분들이 꼭 부모님이나 가족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편 인천, 김포, 광명, 부천을 관할로 하는 인천보훈지청에는 현재 8명의 보훈도우미가 활동 중에 있으며, 모두 65명의 보훈대상자를 상대로 지난 3월 달부터 봉사활동을 실시해 오고 있다.

ㅁ이건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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