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상헌 전국공무원노조 인천본부장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세인들의 탄식 속에 어느 덧 그 임기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노동계는 말할 나위도 없이, 문화계, 교육계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지난 임기 전반기의 상황들을 돌아볼 때, 많은 이들의 인구에 회자되 듯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언론 관련법이 힘의 논리에 의해 민주적 절차도 무시되면서 일방적으로 의회를 통과한 사건부터 시작하여, 쌍용자동차 노조에 대한 무력진압, 공기업 노조에 대한 일방적 단협 해지 통보, 정당하게 진행되고 있는 철도노조에 대한 대통령의 불법파업 발언 및 그에 따른 강제 진압과 대량징계. 사법처리 등은 아직도 머릿속에 진한 잔영으로 남아있다.

다양한 의사들이 공존하는 속에서 그것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것을 기본 메카니즘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그런 기제들이 깡그리 무시되고 오로지 힘의 논리에 의해서만 마치 진압작전 하 듯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던 사례였다.

그 연속선 상에서 지금 자행되고 있는 공무원노조 및 전교조에 대한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은 마치 21세기에 부활한 또 하나의 메카시를 보는 듯 하다. 특히나 우려스러운 점은 공무원.교사들의 저 인간 내면의 양심과 사상의 밑바닥까지 공개적으로 까뒤집힌다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교사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아니 한 자연인으로서 최후의 보루로 지키고 간직해야 할 한 가닥 양심마자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자연인에 대한 양심살인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으니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로잡아 달라’는 입장의 표명이 범죄로 둔갑하여 기소가 되었고, 다행이 이는 표현의 자유라 죄가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에 일면 안도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이 나오기가 무섭게, 또 다시 검.경은 별건수사로 방향을 틀면서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흘리고 또 다른 옥죄기에 들어가고 있다.

이른바 ‘시국선언 관련자들에 대한 정당 가입을 포착했다’면서 마구잡이로 피의사실을 유포하고 불법적으로 증거자료를 채취해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전 영장도 없이 불법으로 자료를 채취했다가 해당 정당의 반발이 있자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아 구색을 갖추면서 억지로 짜맞춰가고 있다는 느낌들을 지울 수 없다.

실정법상의 다툼은 차치하고라도, 치졸한 이번 별건수사의 내용과 관련하여 분명하게 짚고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 있다. 바로 공무원.교사들에 대한 ‘정치자유’라는 화두이다.

검.경은 본질적 내용에는 관심조차 없이 오로지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찾아내어 관련자들을 탄압하고 공무원노조. 전교조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슈화를 시키고 여론화를 시키면서 제대로 된 개념과 의미를 확인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공무원의 직무상 ‘정치적 중립’과 헌법상 기본권 주체로서의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혼돈하고 있고,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착시현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헌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이른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불편부당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라는 의미이며 이것이 곧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선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힘 있는 정치권력이나 기타 여느 세력에 의해 행정행위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이는 의회민주주의에서 정당정치의 발달과정에서 엽관주의의 폐해를 역사적으로 치유하고 극복해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정신이자 원리이다.

좀 더 함축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공무원 집단이 권력을 쥔 세력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불특정 다수의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기본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반드시 그리고 더욱 엄격히 확립되어야 할 공무원들의 덕목이자 자세임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이 힘을 가진 정치세력 특히 막강 여당에 의해서 개념이 윤색되고 이를 명분으로 국민의 일원이자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인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이 일방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정치적 기본권)는 명확이 구분되어져야 한다. 공무원은 공직기능을 수행하는 주체이자 동시에 기본권 주체인 일반시민으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다는 사실에서 필연적으로 귀결된다.

헌법에서도 선언되고 명시되어 있는 정치적 자유가 유독 공무원.교사들에게만 억압당하고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바로 5.16 군사쿠데타 이후 공무원법을 개악했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는 헌법정신의 실현과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는 반드시 회복되어져야 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탄식적 상황속에서,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성찰은 국민주권의 또 다른 구체적 실현이자 확장의 문제이며,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역설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공익실현의 주체이자 기본권주체로서의 교사 공무원들의 제대로 된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이른바 OECD 가입국으로서 선진국을 말하고 글로벌화를 외치는 작금의 대내외적 현실과 이명박 정부 하에서 최소한 그들 국가(OECD가입국)들 수준 정도는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또한 그것이 국제경쟁과 글로벌화를 외치는 현 정부의 진정성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글쓴이 이상헌 님은 인천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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