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의 노동과 사회]

근 두 달 동안 계속되었던 천안함 정국은 모든 사회적 이슈들을 수면으로 잠수시키고 말았다. 애도정국, 국가주의, 애국심고취, 조사정국, 대응정국, 제재정국, 대결국면, 긴장고조, 종국에는 전쟁불사 분위기까지 극단을 치달으며 몰아가고 있는 듯 하다.

감정 대결의 극단으로 몰아가면서, 마치 대북 압박이 한편으로는 유권자의 심리적 압박으로 작동되는 이른바 양수겹장을 겨냥하는 듯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반드시 우리를 찍어야 국가안위를 보장할 수 있다는 강한 우회적 메시지로만 느껴진다.

10년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면서 철통같은 안보를 강조하고 응징의 날을 세우려는 세력이 평화를 공존시키고 남북 화해와 공동 번영을 도모해보려 했던 세력에게 쏟아붓는 대결 이데올로기적 감정적 공격은 한편으로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위험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작금의 긴장고조 분위기를 비판하면 친북좌파, 매국노, 반국가적 이적행위, 처단 대상 등 섬찟한 언어로 몰아가며 핏대를 올리는 소위 극우세력들의 무시무시한 얼굴들..., 이 모든 상황들이 위험한 치킨게임을 보는 듯하다.

줄곧 퍼주기만 하면서 북에 놀아났다고 주장하고 국가의식과 안보의식이 결여되었다고 하면서 이전 집권세력에 대해 맹포화를 날리는, 그러면서 과거 10년을 못내 아쉬워하며 아직도 증오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세력의 분기탱천 또한 섬찟하고 무시무시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역설적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퍼주기만 했다는 세력이 집권했을 당시, 몇번의 교전은 있었어도 적어도 이번 천안함 침몰과 같이 많은 희생 장병이 발생했고 이번 천안함 사건만큼 북의 잠수함이 신출귀몰하게 우리의 영해를 뚫고 들어와 우리의 경계공간을 보란 듯이 휘집고 다녔던 사례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 것 같다.

자기를 책려하는 마음은 잘 보이지 않고 불타오르는 적개심만 있는 것 같다. 사건 해결을 위한 방법과 지향이 이미 무엇을 겨냥한 것인가 쉽게 읽히는 듯 하다.

진짜로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다수 국민의 뜻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불사인가 그리고 전쟁이 발발하면 이 땅의 민초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위정자의 생각이 곧 다수 국민의 생각인지 국민에 대한 위정자의 왜곡된 감정이입은 아닌지... 겸허하면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확인하고 반추해봐야 할 것이다.

어느 정권도 국가수호와 국가안보에 소흘히 할 수 없다. 이전 정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민족의 주체역량과는 무관하게 남북으로 갈리우고 대립과 갈등의 점철을 밟아왔던

불행한 한반도의 상황에서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대전제를 도외시할 수 없는 숙명과 모순을 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아무리 조소섞인 표현으로 지나간 정권을 지워버리고 싶겠지만, 적어도 이전 집권세력은 그와 같은 민족사적 대전제와 민족사적 정통성을 깊이 확인하고 곧추세우려 했던 치열함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쟁, 그것은 모든 것을 죽음의 재로 몰아넣는 것이다. 체제는 달라도 남북한 모든 민중의 생명은 고귀한 것이다. 전쟁을 부추기려는 세력에게 표를 던지는 역설은 이제 없어야 한다.

-글쓴이 이상헌 님은 인천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