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운영위원]

제5기 민선 인천시호(號)가 출항했다. 4년간의 항해일로가 순항할 수 있을까. 이미 20일간의 대인천비전위원회(인수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초기 재정위기라는 풍랑을 이미 예고했는데....

지난해 3월, 인천시 재정에 이미 적색신호가 켜졌다는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참여예산네트워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시정부는 물론 시 의회에 문제점(재정위기)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허사뿐이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惑世誣民 세력으로, 사법처리 운운하며 몰아 붙였다.

어디 그뿐인가. 5월에는 시는 물론 구,군의 중견간부 이상 공무원들을 교육원에 불러 앉혔다. 그리고는 “인천시 재정 안전합니다”란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필자를 잘 알고 있던 공무원은 외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시민단체의 주장이 잘못됐다” “필요할 때 빚을 내야하는 거다“ ”시 재정은 문제될게 없다“며 강변하기도 했다.
사실 시민단체의 재정위기 주장은 한정된 정보와 공개된 정보의 범위 내에서의 문제제기로 분명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급격한 지방채 발행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대규모 사업의 급증”에 대한 시 재정운용의 문제점 이었다.

대규모 사업이 급증하다 보니 재정은 부족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니 세입은 늘지 않는다. 그러니 빚을 내서 부족한 재정을 메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 중에서도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은 예산은 단기간에 과도한 예산이 집중되는 당면 현안사업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이 같은 물음에 시는 경제자유구역과 검단신도시 개발사업, 구도심개발 사업 등 토목, 건축 사업이 활발해 질 것을 예상하고 문제없음을 늘 강변해 왔다.

1년이 지난 지금 문제없다던 시 주장은 어디로 갔을까! 필자가 주장해 왔던 시와 도시개발공사의 빚은 7조원에서 올해 말이면 약 10조원으로 널뛰듯 늘어나게 된다. 하루 이자가 10억 원이 넘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너무 많은 대규모 사업을 타당성이나 재정확보 방안 없이 무지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하면 지금도 지나친 주장일까.

경제자유구역에서 민간이나 시정부, 공사와 연관되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60조원 이란다. 얼마나 많은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단면을 볼 수 있다. 인수위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사업들이 지금처럼 외자유치와 PF부진, 부동산경기 침체가 가속화 된다면 일부사업들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안고 제5기 민선 인천시호(號)는 출발 한 것이다. 친환경무상급식, 1조원 교육재정 마련, 3조원 구도심재생기금 마련 등등 많은 공약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10조원의 빚을 안고 출범한 민선5기 인천시(號) 는 안개 자욱한 최근 날씨만큼이나 어려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취임을 전후해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문제가 지역갈등의 핵으로 등장했다. 모 국회의원의 기자회견과 언론 기고를 시작으로 지역 오피니언과 구청장, 지역 시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서구에 건설하기로 한 주 경기장을 문학경기장으로 옮겨서는 안 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침체된 특정지역의 발전이 부도에 직면할 수 있는 시 재정실태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것일까?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나라들과 가까운 일본, 미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의 파산이나 재정위기 실태를 검색해 알아보라.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떤 어려움과 생활에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금 인천의 재정 앞날은 매우 흐려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때문에 지금은 재정 운영의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즉,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대단위 사업들 중 국고 지원이 미흡하거나, 특히 빚을 내지 않고는 추진할 수 없는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 중 국고지원 없이 서구에 추진하고 있는 주경기장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지 않고는 현 재정위기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디 이 주 경기장뿐이랴.

최근 시 재정논란과 개발사업 갈등의 중심에 있는 여, 야 정치권에 정중히 요구한다. 시 재정의 실태를 모른다면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이다. 알고 있다면 국고 확보 등 재정확보 방안에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낼 때이지, 무조건 서업을 추진해 달라고 떼쓰듯 주장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개 속에 항해를 시작한 민선5기 인천號는 앞에서 지적한 산적한 문제(재정)들을 어떻게 해결해 내느냐에 따라 태풍이냐 순항이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지역 정치권과 이해 당사자들과의 소통과 이해, 양보 등을 통해 많은 사업들을 원활하게 정리해 나갈 수 있기를 진정 기대해 본다. 빚내서 빚은 갚아야 하는 상황, 벌여놓은 사업을 끌어안고 가야한다면 파산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ㅁ 글쓴이 박준복님은 전국공무원노조 남동지부장, 부평지부장, 본조 회계감사위원장을 역임하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뉴스에 복지-예산길라잡이라는 연재코너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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