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의 경제레이다]

지난 7월 20일 행정안전부(재정정책과)는 ‘재정위기 자치단체, 지방채 발행 및 신규사업 못한다.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마련.시행’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최근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조성 특별회계와 관련해 지불유예를 선언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호화청사 건립, 전시성 행사 개최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인건비.서민복지 예산 등 필수경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등 지방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취한 조치다.

인천광역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규모 개발사업 등 더 많은 현안사업들 때문에 재정위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의 핵심적 내용을 보면, 첫째 재정위기로 판단되는 자치단체는 지방채 발행과 일정규모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 추진을 제한하고 둘째 지방채 발행 시 사전적으로는 미래 4년간의 채무상환비율을 새로 반영하는 등 발행한도액을 엄격히 적용하고 사후적으로는 순세계잉여금의 30~60%를 지방채 상환에 우선 활용하거나 감채기금으로 적립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보통교부세 산정 시 낭비성지출 절감노력과 세입 확충노력을 반영하여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대폭 확대하고 넷째 호화·과대청사 신축 및 선심성 행사.축제 등 방만한 사업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그리고 다섯째 채무비율 및 행사축제경비 등 낭비성 지출현황 등 각 자치단체의 재정운영상황을 통합 공시하는 한편 여섯째 자치단체의 재정상태 건전성과 효율적 재정운용 노력을 일제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부가가치세의 5% 규모로 도입된 지방소비세 규모를 2013년부터 10%로 확대하는 등 지방 세원확충과 과세기반 정비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있을 것 같은 정부 발표를 세세히 뜯어보면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 메커니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 재정위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지방채보다도 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이 발행한 공사채다.

현행 체계에서도 자치단체의 부채비율이 30%를 상회할 경우 지방채 발행이 어렵도록 제어장치가 있지만 공사채 발행은 순자산 대비 10배라고만 규정되어 있지 부채의 상한선 기준이 없다.

이에 자치단체가 공기업의 출자를 늘리면 얼마든지 공사채를 발행해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인천시는 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 단체장의 무리한 정치적 목적의 사업을 펼치다 엄청난 부채를 남긴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내놓은 지방채 발행 및 상환 그리고 교부금 등의 관리방안은 근본적인 처방이라 할 수 없다. 겉모양만 지방자치지 실질적인 재정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치단체의 재정운영이 한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금번 발표는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를 또다시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지방세원 확충 및 과세기반 정비방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에 과감한 재정분권만이 도시개발공사 설립 및 운영 등 왜곡된 재정의 수급·운영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공적기관이지만 ‘경영상 비밀’을 명분으로 제반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지방공기업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운동보다는 본원적 공적기관인 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운동이 더욱 현실적이기 때문에 재정분권의 현실화는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은 정부가 바라보는 부채 문제 및 관리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금번 정부발표는 자치단체의 재정위기가 무리한 지방채와 공사채 발행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자신들의 부채문제를 논할 때에는 국채와 공사채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항변해 왔다.

그래서인지 지방재정 건전성을 논하면서 지방공기업의 공사채 문제보다는 자치단체의 지방채 발행 및 상환 그리고 교부금 관리 등에 무게중심을 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자치단체가 100% 출자한 지방공기업이 파산하는 등 경영위기가 도래한다면 그 책임은 자치단체와 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도 다를 게 없다.

최근, 인천시 재정위기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도시개발공사의 사장이 신임 시장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 사장은 시 기획관리실장과 정무부시장을 거쳐 현재의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지 6개월째다. 이는 지방채와 공사채 발행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고 무모한 도시개발 사업으로 논란이 일었을 때 주민과 소통하는 정무적 위치를 거쳐 그 현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현재 인천시와 전국 자치단체에서 일고 있는 재정위기 문제는 소신을 갖고 책임지는 행정을 펼치지 못한 공직사회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금번 정부발표에도 지역주민의 직접적 통제를 강조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이 제시돼 있다. 오히려 사퇴압력은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따라서, 비록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이 부족하다하더라도 인천시가 추가적 조치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중기지방재정계획․투융자 심의위원회와 시금고선정 위원회 등 재정 관련 위원회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확대하고 여느 자치단체보다 제대로 된, 시민들이 알기 쉬운 재정공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도시개발공사 사장 등 주요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과 실질적인 경영.재정 공시 등을 통해 공기업의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지방공기업이 참여한 각종 SPC(특수목적법인)의 사업.재정 내역을 공개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지방재정 건전성을 안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재정파산제도 도입’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글쓴이 김송원님은 인천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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