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지난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이 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 문제가 부각되자 정부는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채 발행과 신규 사업의 제한,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제 전면시행을 위한 조례제정을 권고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을 포함하여 운영도 ‘주민의 참여와 합의’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즉 진정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이고, 이미 전국의 100개가 넘는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도 야권 단체장을 중심으로 조례를 제정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형식적인 껍데기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려는 의도가 보여 실망스럽다. 그간 자치단체의 운영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제도운영 성과와 한계

지난해 87개 시행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로는 ① 재정민주주의 확대 ② 예산운영의 투명성 ③ 민주 권리의식 신장 ④ 지방정부의 민주적이고 협의적 의사결정 문화 형성 ⑤ 지역현안 해결 등을 들었다. 한계로는 ① 참여자의 예산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부족 ② 집단이기주의 혹은 소수 개인 및 단체의 참여 독점 ③ 절차의 합리성 결여 ④ 의회 기능과의 충돌 ⑤ 중앙정부 표준조례안에 따른 제도의 형식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조례에 담아야 할 내용들

조례에는 지역위원회, 시민위원회, 민관협의회, 연구회 등 (명칭이 다를 수 있음)을 두고 있다. 조례를 제정하는 단체에 몇 가지 제언하고 싶다. 첫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역위원회(읍,면,동 단위) 개방이다. 지역위원회를 두지 않은 자치단체가 다수이고, 두고 있다 해도 10인 이내로 형식적이다. 광주 동구나 인천 남동구처럼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것이 지방자치, 주민참여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참여방법도 추천이나 모집이 보편적이지만, 통,반 아파트 단위, 동호회, 소상(공)인회, 청년회, 동아리 모임이나,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추첨제 등을 통해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 시민위원회(시,군,구 단위)의 위상이다. 위원회에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중기지방재정계획과 투,융자심의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중기계획수립과 당해 연도 예산편성에 마찰을 피할 수 있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민관협의회의 권한과 위상이다. 시민위원회에서 논의되어 제출된 예산요구서와 집행부가 작성하여 제출한 예산을 놓고 조정하는 곳이 민관협의회다. 따라서 위원은 민관 동수로 구성되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예산편성의 실질적 권한을 주민들에게 준다는 의미에서도 위원회 대표는 단체장과 시민위원회위원장이 공동의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위원회 간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각 위원회 간사를 예산담당(팀장)으로 대부분 규정하고 있다. 본예산 편성, 2~3회 추경을 해야 하는 팀장으로서는 제도의 실무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별도의 전담팀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인 실행 간사 제도를 두어 관은 행ㆍ재정적 지원, 민이 제도를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섯째, 연구회는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일정기간 자율적으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문제는 정당의 이해관계 등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어 반대 한다.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지역의 실정과 제도에 열의가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의 참여를 적극 권장해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위원회를 지원하는 실질적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민간협력기구는 제도의 핵심이다. 대부분 조례에 없으나 부평구가 조례로 규정했다. 단체장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그런 제도가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핵심역할이 민관협력기구이다. 관에서 위원회 조직과 교육, 예산서 작성, 심의, 평가의 전 과정을 일일이 주관하고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민간협력기구를 통하여 구는 행ㆍ재정적 지원을, 민은 실행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설 예산학교 운영이다. 예산은 사업의 우선순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담아내는(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성, 공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발의되고 논의, 결정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단순 예산서를 읽고, 숫자를 담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원의 역할이 지역사회를 성숙(변화)시킬 수 있고 확신을 심어주는 교육(학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은 철저한 민관파트너쉽이다. 시민단체가 가칭 “00시 주민참여예산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민관협의체 운영을 통하여 모범적인 제도로 발전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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