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어느 날 초중등 11개 학교를 1개교로 통폐합한 도시, 시립종합병원과 시립도서관을 폐쇄하고 각종 공공서비스 이용료를 50% 더 부담하는 도시, 공무원 수를 60% 줄이고 급여도 50~70% 삭감한 도시. 이것이 바로 일본 지자체 파산의 대명사로 알려진 홋카이도 유바리 시의 모습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관광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 둘째, 수요를 무시한 고집스러운 시설 유지. 셋째, 수익성 없는 민간시설을 지방비로 인수한 무모함. 넷째, 부적절한 재무 처리. 다섯째, 시의회의 집행부 감시·감독기능 결여와 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일본의 유바리 시보다 *재정력지수(‘07년 기준 0.23)가 낮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는 무려 76개에 달한다. 이 같은 유바리시의 사례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지역에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남구·부평·계양구 재정실태

“남구청 재정 상태는 최악이다” 남구청장이 지난해 11월 언론에 기고한 내용이다. 당시 남구청은 2009년도 138억 원에 이어 2010년도 재원조정교부금 157억 원을 삭감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사회복지비용만 189억 원이 늘었다. 이러니 신규 사업은 꿈과 같다는 내용이다.

남구는 올해 예산에 직원인건비는 겨우 편성했다.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지난해 13억1400만원에서 올해는 7억3400만원으로 반으로 줄였다. 또 지난해 34억3100만원을 세웠던 직원 연가보상비도 올해는 한 푼도 세우지 못했다. 올해 2월까지 상환해야 할 단기채 57억 원은 청사건립기금 174억 원을 담보로 해서 얼마 전 상환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빚으로 빚을 갚은 것이다.

부평구는 어떠한가. 10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인건비 600억 원 중 넉달치 110억 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국비나 시비가 지원되면 구에서도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매칭사업 3건도 48억 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예산을 세우지 못했다. 정부나 시가 100% 예산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자체신규사업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계양구도 직원 650여명의 석달치 인건비 64억1500만원을 세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시가 재원조정교부금 125억7000만원을 세입감소의 이유로 감액했다. 자체세입은 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원 인건비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3개 자치구는 2009년 말 인천시의 재원조정교부금 삭감으로 위기에 처하자 80~150억 원의 지방채를 긴급 발행했었다. 1~2월은 국, 시비 보조금이 아니면 세입이 거의 없는 시기다. 시가 지난해 교부금 잔액을 지급했다지만 금고는 아슬아슬하다. 단기차입이 불가피할 정도로 재정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위기의 이유와 대응

따라서 재정난은 해결해야 할 최대현안이다. 재정난의 주된 이유는 국가사업인 사회복지비 분담이 계속 늘어 자치구 세출예산의 50% 내외를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데 있다. 이런 사정을 중앙정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국민을 상대로 생색을 내면서도 사업비 부담을 기초 지자체에 전가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재원조정교부금 교부율을 10% (전체 교부액의 25%) 깎았다. 부산, 대구, 울산, 광주의 경우는 그대로인데 인천시는 재정위기의 일부를 자치구에 전가한 셈이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인천시의 이 같은 무책임한 재정 집행행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부 자치구의 재정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시민사회가 나서서 머리를 맞대고 재정난 해결을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내년 총선과 연계해서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이양사업의 국가 환원, 복지세 신설 등을 지역사회가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까이는 인천시를 상대로 한정된 재원조정교부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조정교부금이니 불합리하고 재정여건이 열악하면 언제든 조례를 개정,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시와 자치구, 시의회,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이다.

최근 또다시 부각된 무상급식의 부담비율도 마찬가지다. 옹진, 동구, 서구는 초등 전 학년 무상급식을 3월부터 실행한다. 계양구의 경우 구 부담액 일부를 의회가 삭감하기도 했다. 이렇듯 일부 자치구는 3~6학년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같은 인천인데 몇 곳은 전면, 몇 곳은 반쪽인 셈이다. 자치구 재정여건에 맞게 부담비율 조정과 시와 교육청의 분담비율을 늘려 자치구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부평지역이 먼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남구와 계양 지역사회도 “조정교부금 교부비율 환원” “재정여건을 감안한 시비 매칭비율 적용” 등 불합리한 재정배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위 운영이 필요하다.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또 하나, 절대 권력인 자치단체장의 예산편성권을 지역주민에게 주는 재정민주주의 부터 착실하게 실천해 내야한다. 재정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형식이 아닌 진정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에 있기 때문이다.

(* 재정력지수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숫치로 지자체 소속 공무원 인건비 대비 지방세의 백분율로 표시되는 지수인데, 1보다 크면 자체 세입으로 지자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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