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예산학교가 열리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의 내년도 예산(사업) 요구서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인천지역도 연수, 중구 등 몇몇 자치구 소속 단체가 추진하고 있고, 시 예산은 참여예산네트워크와 사회복지협의회 공동주관으로 진행 중에 있다.

예산은 “정책”이다. 합리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재정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담아내는(실행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최근 열리는 예산학교는 시,군,구 자치단체보다 시민단체, 자생단체 중심으로 활발하다. 지방재정의 중심은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진정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제정을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해 연도 예산뿐만 아니라 최소한 3년 정도의 분야별 재정분석이 필요하다. 예산의 전반적인 사항을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다. 전문가 집단도 쉽지 않은 것이 재정정보의 접근과 공유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이러한 정보제공이 선행되어야 진정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것이다.

재정분석은 전년도 결산보고서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은 어떠한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복지. 교육, 문화, 환경 등 주민의 삶의 질을 위한 예산은 적정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는 제반 행정(지역)여건이 비슷한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다. 또 소모성 낭비 예산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전반적인 재정운영 상황을 분석한 후 부족하고 낭비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이 가감된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형식적이다. 근본적인 재정분석 없이 예산서에 나타난 전년도 대비 정도일 뿐이다. 자치단체가 재정의 실태나 복지규모 등에 대한 쉽고 이해 가능한 종합적인 재정정보를 선행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중요한 재정분석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요구사항이 반영되기만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단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형식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제도가 정착될 수 없다. 단체장이 바뀌면 사그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주장에 자치단체는 ‘재정공시제도’가 있다고 반론 할 것이다. 물론 ‘재정공시제도’로 인해 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재정정보를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전반적인 재정운영 정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재정공시를 일반주민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할 기본적 요소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는 왜 선행적으로 쉽고 이해 가능한 종합적인 재정정보를 시민사회에 제공해야 하는 것일까, 인천의 예를 들어보면 몇몇 자치구가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공무원의 급여 3~4개월씩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을 정도다. 빚을 내 공무원의 급여를 줘야 할 형편이다, 이러한 내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예산편성에 참여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도 가정해 보자, 최근 복지예산이 예산의 50%을 넘는 자치단체가 여러 곳이 있다. 복지예산 매칭을 빼면 여유 재정이 없다.

따라서 삶의 질과 직결되는 예산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현저히 적거나 어느 분야에 과도하게 많이 지출하고 있는지 반드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예산편성 시 부채상환이나 복지, 교육, 문화, 환경예산 확충을 그 어떤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재정운영상황을 사전에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단지 일부 특정사업에 대한 예산편성만을 논한다면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선제도가 진정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은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복지나 교육, 문화, 환경 등에 대한 예산지출 규모는 어느 수준인지, 소모성 낭비성 예산은 없는지 등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예산학교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들도 종합적이고 정형화 된 재정정보를 만들어 예산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정정보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제도의 성공적 정착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재정의 중심에 주민이 있어야 만 진정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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